대학거부 그 후 -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유스리포트 YOUTH REPORT 1
한지혜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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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행복하기 위해!

그럼 행복이 무엇인가?

출세? 성공? 일용할 양식?

대졸 학력이 아니면 출세니 성공은커녕 일용할 양식조차 얻기 힘든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니 사람들은 살기 위해 행복을 위해 대학입시에 매몰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정답일까? 물론 정답이란 게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모범답안이라고 치자. 하지만 그 모범답안이란 게 결코 정답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밑줄 쫙>

대학거부선언 당시 우리를 향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현했던 몇몇 사람들은 우리가 아픈 기색을 내비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이다. “거봐! 내가 대학거부하면 쓰레기 된다고 했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하다. 왜 모두가 아픈 세상에서 우리만은 야호하면서 밝아야 하지?

반대로, 대학을 가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어른들도 있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선 곤란하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심지어 명문대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만났던 교사들을 포함해 주변 어른들도 그랬다. 대부분 386세대였다. 나는 그들로부터 대학 안 가도 된다”, “학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학 졸업장은 살아가는 데 소용이 없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살았다. 하지만 내가 졸업장 없이 부딪혀 본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학력과 학벌의 체계로 공고하게 짜여져 있다. 자신들이 살아 보지 않은 삶에 대해 현실은 이렇다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됐다.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대학거부 이후의 삶을 단정 짓고 미화하는 게 싫을 뿐이다. 대학을 안 가도 똑같은 삶의 조건이 주어지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자신 있게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공갈빵을 한가득 사 먹어야 한다. 누군가의 행복은 함부로 장담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런 식의 장담 역시 우리에게 성공적인 삶을 강요하는 다른 버전의 압박에 불과하다.

헛된 희망을 심어 주거나 우리의 불행을 통쾌해하는 대신 가위를 들고 가시를 잘라 나가는 작업을 함께할 수는 없는 걸까? 중고등학교가 대학만을 좇지 않고 원래의 목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순 없을까? 이력서의 학력 기재란을 없앨 수는 없을까? 대학을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하지 못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는 없는 걸까? 원래는 대학을 가는 길과 안 가는 길, 양쪽 모두 곧고 평행하게 존재해야 하는 길이다. 대학은 수많은 선택지의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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