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 부지런함이 숨긴 게으름의 역사
이옥순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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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이런 날에 막걸리와 파전이 생각난다. ? 그건 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무더운 날씨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를 제공한다. 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좋을 핑계를 찾으려면 이 책 '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를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게으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숱한 자료를 인용하며 역사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근면을 좋게 보고 태업을 나쁘게 보는 우리 사회의 풍조 때문에 오히려 착취와 파업이라는 극단을 낳게 되었다. 노동자의 파업에 폐업으로 응수하는 사용자, 이런 양극단에서 적절한 태업으로 길고 가늘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밑줄 쫙>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요? 모든 걸 규정하는 자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신하에게 왕이, 하인에게 귀족이, 노동자에게 부르주아가, 머슴에게 지주가, 학생에게 교사가, 자식에게 부모가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대성원리를 발견한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게으름도 상대적이었습니다. 그는 대학 시절 게으른 개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었답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전공인 물리학과 공부를 게을리해서 얻은 별명이었지요.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전자기학을 독학하느라 다른 공부를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학업을 게을리한 것이지만 그가 절대적으로 게으른 건 아니었지요. 이처럼 게으름은 누가 보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솝우화에서 베짱이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달리 풀숲에서 노래만 하는 게으름뱅이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실제 베짱이가 게을러서 굶어 죽는 건 아닙니다. 발성기관을 가진 베짱이는 먹을 것과 따뜻한 집이 있어도 오래 살 수 없습니다. 수명이 겨우 3~4개월이니까요. 3개월만 살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죽도록 일하기보다 노래를 부르며 하고픈 일을 하다가 죽을 겁니다. 게다가 개미와 달리 혼자 움직이는 베짱이는 스스로를 지키고 자손을 키우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이 먹을 것만 모으면 됩니다. 개미처럼 죽도록 일하고 저축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근면의 상징인 개미가 부지런해서 겨울을 난다는 것도 과학적 사실이 아닙니다. 정교한 조직사회를 가진 개미들은 1년 정도 삽니다. 사회적 동물로 수많은 군락을 이루는 개미는 집단에 필요한 활동을 하지요. 집을 지키고 식량을 모으고 후손을 키웁니다. 먹을 것을 많이 모아도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집단과 후손의 훗날을 위해 저장합니다. 그러나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개미나 일벌이 낮의 20퍼센트만 일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개미와 일벌은 나머지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야말로 빈둥거리는 진정한 게으름뱅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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