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 종교를 아우르는 저자의 깊이있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책이다. 다만 대담 형식이기 때문에 다소 산만한 것은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보통 책을 읽고서 인상깊은 구절을 모두 타이핑하는 게 독서후 습관인데 이 책만큼은 다 쓰는 걸 포기해야 겠다. 왜냐면 그랬다가 이 책 전체를 다 필사해야 할 듯해서 그렇다. 다만 교육과 관련된 부분만 남겨둔다.

 

<인상 깊은 구절>

 

캠벨 : “나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살았다”, 이게 (싱클레어 루이스의 책 바비트’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의 천복을 좇아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가르칠 때도 바로 이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어느날 밤, 나는 여느 때처럼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마침 내 옆자리에 한 가족이 앉아 있습디다. 아버지, 어머니, 열 두어 살 되는 아들, 이렇게 왔던 거지요. 가만히 듣자니까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러더군요.

네 몫의 토마스 주스는 네가 마시거라

그러자 아들이 대답하는 거예요.

마시고 싶지 않은걸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좀 전보다 조금 더 큰 소리를 내어 명령조로 네 몫의 토마토 주스는 마시라니까하고 말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어머니가 이러더군요.

먹기 싫다는데 뭘 그래요? 싫다는 건 하게 하지 말아요.”

이 말을 들은 아이 아버지가 자기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러는 겁니다.

저 좋은 것만 하고 인생을 살 수는 없는 법이야. 저 좋은 것만 하고 세상을 살려고 했다가는 굶어죽어. 나를 봐! 나는 하고 싶은 일은 평생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살았어.”

나는 그 친구 말을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세상에, 여기에 바비트의 화신이 있었군하고 중얼거렸지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자기 천복을 한 번도 좇아보지 못하고 산 셈입니다. 천복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성공으로 사는 삶이 어떤 삶일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평생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해보고 사는 그 따분한 인생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는 학생들에게 늘, 너희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거라, 이런 소리를 합니다. 일단 이런 느낌이 생기면 이 느낌에 머무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도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모이어스 : 선생님께서는 언제 선생님의 천복을 만났습니까?

 

캠벨 : 어릴 때 일입니다. 나는 고집이 세서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늘 나를 도와주었어요. 언제 어디에서든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주었으니까요.

 

모이어스 : 부모 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식들로 하여금 자기 천복을 찾게 해줄 수 있습니까?

 

캠벨 : 아이를 잘 알아야 하고, 아이에게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를 도와줄 수 있지요.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가르칠 때 나는 학생들과 적어도 2주일에 한번씩 정도는 약 반 시간씩 개인 면담을 하고는 했어요. 가령 학생들과 독서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노라면 학생이 보이는 반응에서 뭔가를 느껴낼 수 있지요. 자기 천복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고 낯빛이 달라지든지 하지요. 삶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에서 열립니다.

나는 이런 가능성을 붙잡고, “ 이 학생은 여기에 매달리게 해주어야겠구나”, 이런 결심을 합니다.

  

모이어스 : ‘자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자기와 우리가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자기즉 진짜 자기가 있을 수 있겠는데요. 신화는 어떻게 하면 이 진짜 자기를 만날 수 있다고 가르칩니까?

 

캠벨 : 신화가 암시하는 첫째 방법은 신화 자체, 또는 영적인 지도자나 스승을 따르라고 가르칩니다. 신화나 영적인 지도자나 스승은 알고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운동선수가 코치를 찾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좋은 코치는 선수에게, 팔은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 다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아요. 좋은 코치는 달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선수의 천성적인 동작 양식만 조금 수정해줍니다. 좋은 스승은 제자가 하는 양을 가만히 보고서 그 제자에게 무엇이 가능한가를 알아냅니다. 좋은 스승은 충고를 할 뿐 명령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렇게 했다, 그러니까 너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명령은 제자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예술가들도 제자를 이런 식으로 가르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은 스승이 되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따금씩 말을 해줌으로써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을 던져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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