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꽤 오래 전에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읽고 김정운 교수에게 반했었다.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는 말이 얼마나 멋있던지.

김정운이 또 어디에선가 한 말 같은데 '일찍 일어난 벌레는 일찍 일어난 새에게 잡아 먹힌다'는 둥 이런 비슷한 표현들이 참 재치있다. 

김정운은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를 부르고 있는 한마디로 세련된 한량이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이후 김정운의 책을 총 4권 읽었다.

번역서인 <애무, 만지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를 제외한 나머지 3편의 주제는 다 거기서 거기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인데 '그 밥에 그 나물' 만큼 건강식이 따로 없다.

게다가 그 밥에 그 나물이더라도 어떻게 조리하고 배치하냐에 따라 감칠맛이 다른데 그게 다 김정운식 레시피에 따른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 참 가관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다가 <남자의 물건>까지.

제목만 가지고도 책 장사 한 번 잘했다싶다.

이 정도면 물 파는 봉이 김선달 뿐만 아니라 핵 파는 북한 김정은도 울고 가야 한다. ㅋㅋ

 

김정운은 김두식과 조영남을 오가는 인물이다. 글을 김두식처럼 말은 조영남처럼, 삶은? 그건 같이 안 살아봐서 잘 모르지만 아마 같이 살았다면 <나는 그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란 책을 쓰지 않았을까? ㅋㅋ 또 연예인으로 비유하자면 야한 행동을 욕먹지 않게 잘 하는 신동엽 정도의 캐릭터가 아닐까? 참 부럽다.

 

김정운의 신작 <남자의 물건>은 그의 책에도 나온 유광준의 책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찌기 유광준은 <생활명품> 시리즈 2편을 썼다. 그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유광준처럼 내가 쓰는 물건에 대한 일종의 헌서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김정운이 앞서 질렀다. 게다가 자기 물건뿐만이 아니라 남의 물건까지. 내 이야기를 쓰는 것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남의 이야기를 쓰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김정운은 해냈다. 이 사람 대체 못하는 게 뭘까? 다시금 부럽다. ㅋㅋ

 

신나게 읽은 책이지만 별점은 5개 중 4개이다. 그 밥에 그 나물, 아무리 건강식이지만 계속 먹으면 질리기 때문이다. 김정운 같은 멋진 늙은이(?)가 더욱 멋지게 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채찍질의 의미로 1개를 깎았다. 김정운 팟팅!

 

<재밌게 읽은 부분>

 

실험적 신경증과 학습된 무기력은 개의 정신질환이 아니다. 인간의 상황을 개에게 적용한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오랜 기간 처하면 누구나 그 병에 걸린다. 스스로 차를 운전하면 절대 멀미를 하지 않지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도무지 차가 언제 가고 언제 서는지 예측할 수 없이 그저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 개같이 한다!'고 투덜대는 거다.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약한 정도의 '신경증'과 '학습된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더하다. 집안 문제든, 사회 문제든 도무지 내가 어떤 결정을 주체적으로 관여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어떻게 밀려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중략)

개도 시키는 일만 하면 미친다. 이제라도 뭐든 스스로 결정하며 살자는 거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일에 제발 쫄지 말자는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