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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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지에 고등어가 있기에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파리가 꼬인다. 아하, 팔리지 않는 보수를 상징하는 그림인가 보다. 필자 김용민은 양심적인 보수, 목사 아버지 덕에 건강한 보수를 꿈꾸며 청년기를 보내다, 불량한 보수회사에서 2번이나 해고를 당한 후, 보수를 포기하고 진보로 전향한다. 불량 보수들에겐 배신자이지만 양심 진보들에겐 보수의 실체를 알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

 

그러나 이 책은 불량 보수의 실체를 고발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진보에게 따끔한 질책도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 비슷하다. 이 책의 속편으로 <진보를 삽니다>가 나오면 좋겠다. 파리가 꼬이지 않는 싱싱한 생선으로 표지를 만든...

 

"오래된 것과 원숙한 것을 지지하는 것이 보수라면, 새로운 것과 젊은 것을 지지하는 것이 진보다. 따라서 진보에게 연공서열이나 정치적인 문제에서 나이든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경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오랜 기간 진보에 몸담고, 인생의 황혼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이에도 여전히 진보 진영에서 원로급으로 존경 받으면서 일관성을 지켜 나가는 인사들을 보면 특징이 있다. 우선 연공서열에 따른 기계적인 존경에 큰 마음을 쓰지 않는다. 이들은 언제나 젊은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고 하고, 새로운 생각과 변화를 받아들여서 젊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분들은 유쾌하다. 이런 분들을 유심히 보면 인상 쓰는 모습보다는 웃는 표정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너무 진지해지면 변절하기도 쉽다. 너무 진지하면 꾹꾹 참아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너무 진지하면 마음을 열고 편안해질 수가 없어 자신도 보는 사람도 딱딱해지기 쉽다. 너무 진지하면 예의범절을 너무 따지게 된다. 너무 진지하면 결국 그 진지함을 주체하기가 힘들어진다. 너무 진지하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가 없다. 이렇게 스트레스와 불만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확 삐치게 된다.

 

그러니, 진보를 하려면 유쾌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진지해야 할 때에 진지하더라도, 그 진지함에 너무 빠져서 항상 굳은 표정과 엄한 목소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운동권은 합법의 공간으로 나오기가 무척 힘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극도로 진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진보 진영도 보수의 굳은 얼굴을 똑같이 굳은 표정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유쾌하게 비웃어 줄 여유가 생겼다. 그것이 자신도 삐치지 않는 방법이고, 상대방을 더욱 강하게, 큼직하게 엿을 먹이니 결과가 된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먹을 날리는데 상대방은 이리 쓱, 저리 쓱 피하면서 피식 피식 비웃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더 기분 나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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