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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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4시간 수면법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사 읽은 적이 있다. 

4시간은커녕 8시간을 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나에겐 좌절감만 안겨 준 책들이다. 

러셀이 1930년대에 쓴 이 수필집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하지만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정부가 모든 노동자들에게 하루 4시간만 노동하도록 규제한다면 행복한 세상이 되겠지. 

 <인상 깊은 구절> 

어떤 시점에서 일정한 수의 사람이 핀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하루 8시간 일해서 세상에 필요한 만큼의 핀을 만들어 낸다. 그때 누군가가 같은 인원으로 전보다 두 배의 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한다. 그러나 그 세계에선 핀을 두 배씩이나 필요로 하지 않을 뿐더러 이미 핀 값이 너무 떨어져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론 팔 수도 없다.
이때 지각 있는 세상이라면 핀 생산에 관계하는 모든 이들의 노동 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조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 종전처럼 잘 굴러갈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세계에서 그렇게 했다간 풍속 문란 행위쯤으로 여길 것이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8시간씩 일하고, 핀은 자꾸 남아돌고, 파산하는 경영자들이 생겨나고, 과거 핀 제조에 관계했던 인원의 절반이 직장에서 내쫓긴다.

어떤 사람(헨드 포드 씨라고 해두자)이 누구도 경쟁할 수 없는 싼 가격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하자. 그 결과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도산하게 된다. 따라서 값싼 새 차 한 대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사회가 지출하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쓸모없게 되어버린 다른 회사들의 모든 설비와 과거 다른 회사들에서 일하다가 직장을 잃게 된 노동자와 경영자들을 키우고 교육하는 데 들 비용의 적절한 할당액을 포드 씨의 제작비에 추가해야만 한다(물론 실직자 가운데 일부는 포드의 회사로 흡수되겠지만 전원이 그렇게 되기란 힘들 것이다. 포드 씨 회사의 새로운 공정은 예전보다 저비용이고 따라서 노동력도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그밖에도 더 있다. 노동 쟁의, 파업, 폭동, 경찰력의 증강, 재판과 구금. 이 모든 항목들을 고려해 보면 옛날 차들보다 새 차들이 사회에 안기는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우리 경제제도에서 무엇이 사회에 유리한가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 부담 비용인 반면,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 생산자의 부담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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