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 - 개정판
채만식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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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미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고 있는 모순적 대상이다.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밉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부러울 것이다. 1930년대 채만식 소설 <태평천하>의 주인공 윤직원 영감을 보면 부자에 대한 반감과 연민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윤직원 영감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아 돈과 땅을 빌려주며 큰 부자가 되었다. 돈으로 족보와 벼슬을 사고, 자기 몸에 좋은 온갖 음식은 먹어도 남에게 어찌나 인색한지. 예를 들어 인력거꾼에게 삯을 안 주려고 하고, 무임승차도 상습적으로 한다. 이처럼 본인의 능력으로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부모가 남겨준 돈으로 고리대금 사채업을 하면서 베풀 줄 모르니 지탄을 받아도 싼 부자이다.




그러나 한편 윤직원 영감의 가족사를 보면 인색한 부자가 된 사연을 알 수 있다. 그의 아버지 윤용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으로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생계형 도적들이 많았는데 윤직원의 아버지는 그 도적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참혹하게 죽은 부친의 시체를 안고 윤직원 영감은 “이놈의 세상이 어느날에 망하려느냐, 오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라고 절규를 했다. 빈자들의 손에 부자인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으니 윤직원이 없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까닭은 자명하다.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을 ‘불로소득(不勞所得)’이라고 욕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불한당(不汗黨)’이라고 욕하니,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한 만큼만 받고 일한 만큼만 먹는 세상이 되면 이런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즉, 부자에겐 증세를 하고 빈자에겐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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