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김훈을 읽고 있다. <남한산성>으로 시작해서, <칼의 노래>, <자전거 여행1·2>, 그리고 바로 이 <바다의 기별>을 읽었다. <남한산성>과 <칼의 노래>는 소설이고, <자전거여행1·2>는 여행기이고, <바다의 기별>은 중수필이다. 같은 중수필일 듯한 <밥벌이의 지겨움>과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를 아직 읽어 보지 못했지만 <바다의 기별>에서 대충 김훈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훈은 사람을 어느 쪽으로 편가르는 것을 싫어하고, 나 역시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나, 언어로 표현하려면 아나로그의 세상을 디지털로 편 가를 수밖에 없다. 이점을 전제로 조심스레 편을 가르자면, 김훈은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이다. 고종석 같은 괜찮은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를 만난 느낌이다.  


김훈의 강의를 듣다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인어른의 말씀을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말씀이었다. ‘가부장적, 남성우월적, 현실적’인 그의 생각은 그의 삶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 듯했다. 그러나 ‘경험한 것에 대해서만 말해도 안된다.'  왜냐면 경험한 것에 집착하게 되면 주관에 몰입하여 객관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장인어른의 경우는 전쟁 중에 죽은 사람들을 보았다. 따라서 전쟁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 하지만 그 아픔 때문에 일상에도 늘 전쟁 중에 계신다.  


로쟈는 김훈을 허무주의자로 규정했다. 내가 규정한 합리적 보수주의자보다는 그의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바다의 기별>에서 발췌한 다음 구절에 따르면 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우리말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이고 훌륭한 말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학교가 가르치는 거짓말이에요. 학교는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이것은 나쁜 일은 아니에요. 학교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직업에는 정말 귀천이 없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 대학을 왜 다녀. 그러나 학교는 또 그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나는 그것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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