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의 가치사전 -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
박민영 지음 / 청년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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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욕망(욕구, 욕정, 욕심, 탐욕)의 충족(만족,흡족)은 즐거움(기쁨, 신명남, 쾌락, 행복, 유쾌, 환희, 환열, 오락, 환락)인가?

저자가 이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절제, 중용이 진정한 즐거움을 낳는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일찌기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답했다.

다만 왜 그런가에 대해선 산뜻한 논거를 보기 힘들다.

자전거를 탈 줄은 알지만 남에게 어떻게 타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난감함과 같으려나?

아무튼 이 책은 최소한 즐거움에 대한, 두꺼워서 읽기 싫은 그러나 실제로 읽어 보면 즐거운 사전 또는 역사책이다.


그러나 단지 즐거움에 대한 역사책으로 이 책을 규정하기엔 아쉬움이 많다.

 

필자 박민영이 "이 책의 집필에는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러나 자료 수집에는 거의 30년이 걸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총동원되었다"라고 머리말에 밝혔듯, 인간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이 보인다.

 

예를 들어, '지적쾌락 - 교육'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매우 의미있는 교육비평서이다. 다만 인용문이 주된 것이긴 하나 좋은 인용문을 추려 엮은 것으로도 대단하다.

 

오늘날 학생들이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교과서 외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이다. 프란치스코 페레의 말을 빌리면 시험은 "학부모의 그릇된 자존심과 교사들의 자만심과 이기심을 위한 것이며, 아이들에게는 고통과 고질병의 원인이 될 뿐이다." 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은 동양에도 있었다.

<소학>에는 "학교는 예의를 우선적으로 가르치는 곳인데, 매달 시험을 보아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결코 교양의 도가 아니다"라고 적혀있다. 시험 위주의 교육은 지성의 계발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시교육도 그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을 김우창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9년도 서울대학교 입학시험에서 수석을 한 학생은 중학교 2학년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본 이후에는 교양서적을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 학생은 합격 후 생활설계에 답하면서, 이런 사실을 밝히고 앞으로 책을 좀 읽겠다고 말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감각적, 정서적, 지적 욕구의 자연스러운 발로에 따라 스스로 읽는 일을 중단한 학생이 대학에 수석 합격을 해도 좋은 것일까? 정상 사회라면 중학교 2학년 때 <노인과 바다>를 읽은 후 교양서적을 읽지 않은 학생은 수석 입학은커녕 입학시키지 말아야 마땅하다" 스스로 내면화되지 않고 실생활과 연관되지 않은 시험 위주의 교육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학생의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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