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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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요약 :

노동운동을 하기 어려운 시절에 그래도 희망은 역시 노동운동이라는 말을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체험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답하고 싶은 물음:

1. 노동자란?

2. 노동운동은 (집단)이기주의인가?

3. (집단)이기주의는 나쁜 것인가?

4. 중립이란? 양비론, 양시론이란? 극단적이란?

5.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여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리는 것은 좋은가 나쁜가?

6. 노사갈등의 문제는 노동자와 사용자 가운데 누구에게 더 있는가?

7. 재벌은 우리 사회에 좋은 기업인가 나쁜 기업인가?

8. 노동조합의 파업이 사회에 미치는 유익한 또는 유해한 영향은?

9. 기타




본문에 밑줄 긋기 :




“자네는 박정희 나쁘다는 얘기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왜 김일성에 대한 욕은 한 마디도 안 하나? 공평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김일성을 비난하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흘러 넘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박정희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는 사람들이 너무 모르고 살잖아요. 하루아침에 귀한 목숨을 8명씩이나 목 매달아 죽였는데 누군가는 학생들에게, 시민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들이 전심전력을 기울여 박정희가 한 나쁜 짓을 열심히 알려도 우리 사회의 균형이 맞으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줄타기 광대는 손에 부채 하나만 달랑 들고 줄 위에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광대의 부채는 언제나 광대의 몸이 기울어지는 반대편으로만 펼쳐져야 합니다. ‘나는 이쪽저쪽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항상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거야’라고 똑똑한 척하며 부채를 가운데로만 펼쳤다가는 바로 줄에서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양비론이 대부분 옳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는 만족감을 줄 뿐, 무책임할 때가 많습니다. 바늘 끝만큼이라도 옳은 편이 있다면 그 편을 들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쪽저쪽 그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이 점잖은 교양인이 갖춰야 할 ‘중용’의 미덕인 줄 압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바늘 끝 만큼이라도 옳은 편에 서서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 조상들이 가르친 중용의 미덕입니다.

한 쪽은 막강한 자본과 권력으로 무장한 자본가들이고 다른 한 쪽은 맨몸뚱어리밖에 없는 노동자들인데 그 사에서 중립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성실한 인품의 인사노무 관리자들이 회사 입장에서는 충신이지만 역사 앞에서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17쪽




우리 노동운동의 잘못된 점들에 대해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지 않고, 노동운동에 대한 그릇된 혐오감에 수십 년 동안 익숙해진 보통 사람들, 스스로 양심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릇된 제도권 교육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 노동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기회가 단 한번도 없었던 학생들, “내 생각에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조선일보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 고의적으로 노동운동을 호시탐탐 헐뜯는 사람들도 모두 다 보는 언론 매체에 대고 말하는 것은, 최소한 제가 어제 만난 공무원 노동자들, 병원 노동자들, 공공부문 대기업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착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비웃게 만듭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정상적인 이해가 대중적 정서로 올바르게 자리 잡아 본 적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는 사회에서 노동운동을 비판할 때에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옳은가 하는 것에 못지않게, 자신의 말이 얼마나 옳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22쪽




훌륭한 인품을 가진 자본가와 인격적 결함이 있는 노동자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할지라도, 시민들은 노동자들 편에 서는 것이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 사회가 옳게 발전하는 방향이란, 가능한 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24쪽




대기업 노동자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소 영세 하청업체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대자본과의 관계에서조차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6쪽




평등은 경제 성장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고, 불평등은 경제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것이 최근 몇 년간 거시경제학 분야의 중요한 연구성과입니다. -29쪽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의 주장에도 옳은 내용이 있습니다. “시장경제란 잘하는 경제 주체와 못하는 경제 주체를 차별해 못하는 쪽을 탈락시키고, 잘하는 쪽은 더욱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갖는 재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그렇게 주장했겠으나, 이 말은 자승자박입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은 재벌기업이 아무리 부실경영·족벌경영의 잘못을 해도 시장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금융 특혜 등 온갖 지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잘못이 결국 수십억 달러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빌리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도산할 수밖에 없는 치욕적인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힘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두둔하는 주장을 들을 때는,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함으로써 얻는 유익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31쪽




노사관계를 향상시켜야 하는 책임은 경영진에게 75%, 노동조합과 직원에게 25% 있다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사장)

경영진이 잘하면 노조도 잘하게 돼 있다 (한국도요타 오기소 이치로 사장)

고약한 노조는 회사가 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BAT코리아 존 테일러 사장) -36쪽




장애인 성공담들이 일방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석연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토록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도 그렇게 훌륭하게 성공했으니 그보더 별로 더 어렵지도 않은 조건에서 당신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게으르거나 멍청하기 때문이라는 은근한 조장이 그 글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의 모순된 억압구조를 개인의 불성실로 은폐하고 싶어하는 불순한 음모가 알게 모르게 그 글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41쪽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은 반드시 만나야 한다. 그러나 시민운동은 (아직) 계급 투쟁이 아니다. -46쪽




노동하지 않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는 동안 대기업 정규직 ‘노동귀족’들의 소득은 얼마나 늘었을까? 사람들에게 욕 먹어 가면서 죽어라 임금인상 투쟁해 봐야 10% 인상시키기도 어렵다. 연봉 수천만원을 받는 노동귀족들도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과 잘 섞이지 않고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따로 놀고 있는 부자들은 사람들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진짜 부자들에게는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인상 투쟁에 대해서는 ‘노동귀족’의 파업이라고 분개하는 것이다. 노동하지 않는 고소득층과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엄청난 양극화 현상을 보지 못하는 착한 노동자들이 노동자 내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양극화 현상에 가슴 아파하면서, 자신의 임금인상 투쟁은 한국경제에 유익하지 않다고 자격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들끼리 정규직이네 노동귀족이네 싸우고 있는 모습을 진짜 부자들이 내려다보며서 얼마나 가소로워하고 있을 것인가 -51쪽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차별을 설명하는 자료는 많다. 그러나 노동하지 않는 고소득층과 땀 흘려 노동하는 사라들과의 소득 차별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별로 없다. 기업에 투자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돈 놓고 돈 먹는’ 곳만 찾아 떠돌아 다니는 자금이 420조원. 국민들 중 상위 1%가 우리나라 전체 사유지의 51.5%나 소유. 2004년도 가처분소득이 기업은 41%나 증가했는데, 가계는 0.9%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상장기업의 순익이 전년도에 비해 두배나 늘었고, 주가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는 130억 달러나 되고, 외환보유액이 2천억 달러나 되고,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66조원이나 되는 등 기업경쟁력은 역사상 최고 수준인데 고용증가율은 0%대에 머물고 있고 민간소비는 오히려 0.5% 감소. 2005년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총액이 같은 해 전체 노동자 1년 임금총액보다 많다. 부동상 가격 폭등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은 346조 원으로 이 수치는 1,400만 임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총액 342조원보다도 많은 금액. -52쪽




삼보일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은근히 최근 노동자들의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삼보일배의 중심이 된 네 분은 모두 성직자들인데, 일반인들에게 성직자의 거룩한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63쪽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OECD 가입 30개 국가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고, 전형적 시장경제주의자들인 국제금융자본조차 한국 정부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를 줄이라고 요구 -65쪽




기업의 이익이 곧 나라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69쪽




정부로서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아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결코 불리한 일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화살을 기업이나 정부에 돌리기보다 상대적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게 돌리기 때문입니다. -72쪽




2000년을 기준으로 ‘소비’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79입니다. ‘투자’의 유발계수는 0.65이고, ‘수출’의 유발계수는 0.63입니다. 이 수치들의 의미는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수출이나 투자보다 소비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훨씬 크다는 뜻입니다. -74쪽




우리 사회는 국민 대부분이 직장인이거나 그 가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따라서 소수의 부자가 빨리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직장인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건전한 소비를 창출하는 가장 올바른 지름길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직장인들의 봉급이 인상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경영자 단체가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는 것이 애국적인 결단인 양 주장하지만, 그것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대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은 빨리 철폐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그 차별을 줄이는 것은, 수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우리 경제 더 해롭습니다. 대기업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차별을 철폐해야 합니다. 노동자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 경영에는 당연히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도한 임금인상이 원인이 되어 도산한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부실 경영의 원인은 대부분 다른 곳에 있습니다. 노동자의 적정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나라 기업 경영자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바로 무능한 경영인입니다. -75쪽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돈’과 ‘빽’이라는 무기로 유혹을 합니다. 남들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위치의 노조 간부가 술 먹고 실수하기만 호시탐탐 노릴지도 모릅니다. 혹시라도 해서는 안 될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을 때 어디선가 사 측이 ‘빽’이 되어 구출해 준다면 그 노조 간부는 그 사실이 드러날까봐 회사한테 큰소리치는 데 주춤거리게 될 겁니다. -83쪽




다른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없이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기업, 즉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중국으로 가겠다”고 협박하는 기업은 우리 사회에 유익한 기업이 아닙니다.  -95쪽




노동조합 활동은 본래가 이기적입니다. 헌법의 노동3권 조항이나 노동관계법 어느 규정에도 노동자가 노동3권을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우선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투쟁합니다. 그러나 그 투쟁이 결국 사회를 발전시키고 역사를 바꾸는 것입니다. -96쪽




외국에서는 단체행동권을 단체교섭권에 포함시켜 ‘노동2권’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교섭권과 행동권은 따로 구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101쪽




연가 투쟁은 전교조 교사들뿐 아니라 다른 노동조합에서도 흔하게 실천해 온 방식입니다.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각종 휴가의 실시 시기를 일치시켜 회사의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차츰 집단 휴가내기 방식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자 노동부, 검찰, 법원에서 불법 쟁의행위로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 것은 사실이니 위법성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노동조합들의 연가 투쟁이 불법행위가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투쟁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과거의 예로 보아 수업 결손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시간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연가 투쟁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학교 관리직에 있는 선생님들이 연가 투쟁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수업을 다른 교사들이 대체하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수업 결손을 유도한 예까지 있었습니다.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 투쟁이 실제적으로 수업 결손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그 연가 투쟁을 불법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쯤에서 전교조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 없이 학습권만을 주장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며, 총체적인 관점에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서 당장 며칠의 수업을 이어 가는 것은 진정한 학습권이 아닙니다 -105쪽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과 직원간 연봉 격차는 100배가 넘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이 보통 인간보다 100배 더 훌륭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일까요? 대기업 노동자들이 잔업철야 휴일특근으로 1년 동안 뼈빠지게 일하면서 5천만 원을 받는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100배가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이사들의 임금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연 누구의 고임금을 지적해야 할까요? -142쪽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다가가 인간적으로 따뜻한 말 한 마디 붙이기 싫어서 바쁘게 일하고 쌀쌀맞은 게 아니거든요. 노동자들 인격 탓이 아니거든요.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사업을 다른 자본주의 사기업에서와 같이 노동을 최대한으로 시키면서 최소 인원으로 최고의 수입을 창출하려는 대한민국의 병원 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인 거지요. -165쪽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3,40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신입사원들의 표정은 자신만만한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아마 자가용 정도는 취업하자마자 바로 할부로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만 부지런히 돈을 모으면 남들보다 일찍 아파트 한 칸 장만할 수 있겠지요. 그 다음부터는 아파트 평수를 조금씩 넓히면서, 자가용도 점점 큰 차로 바꾸면서, 냉장고도 문이 서너 짝 정도는 달린 것으로 들여 놓고 살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만일 그 직장인들이 인생의 가치를 그런 것에만 느끼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돈을 버는 사람보다 결코 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외에 다른 일에도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며 살고자 한다면, 직장인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 할까요? -211쪽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정규수업시간에서부터 노사관계를 가르친다. 교과서에서는 노사관계에 대하여 “가족관계를 제외하고 인간이 자기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관계”이며 “민주주의와 공동결정”의 장이라고 정의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생활 그 다음이 직장생활이다. 실제로 가정보다도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교실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장차 노동자가 되는 사회에서는 학교의 정규 수업 과정에서부터 노사관계에 대해 중요한 비중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독일 중등학교 사회과목의 한 교과서에서는 모두 340쪽의 분량 중 93쪽을 노동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청소년 실업에 관한 내용만 29쪽이나 되는 교과서도 있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사실들”을 토론 주제로 다룬다. 독일 금속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체결한 임금협약, 금융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체결한 기본 협약과 함께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 노동문제에 대한 신문기사 등이 교과서에 수록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학년에서부터 ‘모의 노사교섭’이 일상화된 특별활동으로 자리 잡혀 있어, 기업 경영에 관한 각종 자료들이 주어지면 학생들은 스스로 경영자 대표를 뽑고 노동조합 대표를 뽑아 임금협상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 보기도 한다. 적정한 임금인상률에 대한 고민과 그 단체협약이 노동자의 삶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판단을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하는 것이다. 한 사회과목 교과서에서는 모의 노사교섭을 모두 6회에 걸쳐 진행하도록 편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마찬가지다. 궁금한 분들은 한국노동교육원이 발행한 400쪽이 넘는 보고서 “선진 5개국 학교노동교육실태”를 참고하기를 권한다. -217쪽




주5일제 근무제 실시와 관련하여 “기존의 임금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한 것에도 깊은 뜻이 있습니다. 이 규정은 글자 그대로 “일은 적게 하되, 돈은 그대로 받는다”는 뜻인데, 이것을 ‘도둑놈 심보’라고 볼 것만은 아닙니다. 인류 역사는 사람들이 조금씩 더 적게 일하면서 조금씩 더 잘 사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260쪽




인간 이하의 열악한 조건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싶어하는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회사를 중국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국민들을 위협합니다. 이런 회사는 빨리 망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만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기업들은 빨리 도산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이롭습니다. 그래야 다른 건전한 기업들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합니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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