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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다가 자살해 버린 좀머씨, 그러나 좀머씨는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다. 잔소리하는 엄마, 심부름 시키는 형이 싫어서 나무에 올라가 시간 때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가 주인공이다. '나'는 늙고 코밑에 솜털이 나 있고 젖가슴도 없는 피아노 선생님은 싫어하고, 목덜미와 귓볼 밑에 솜털이 있는 여학생은 좋아한다.
유년기에 있을 법한 이러저런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별 재미나 감흥은 없다. 쥐스킨트의 전작 '향수'에 비해 그냥 '식수'같다. 그러나 하나 남는 것이 있다면, '나'가 경험했던 유년기는 독일에서나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무성한 숲길을 자전거로 통학하지도 않고, "텔레비젼은 집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습성을 망쳐 놓고, 눈을 나쁘게 만들기도 하고, 가족 생활을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을 전반적으로 멍청이로 만들기 때문"에 텔레비젼을 집에 들여 놓지 않는 아버지도 드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