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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 트럼프에 관한 가장 치명적이고 은밀한 정신분석 보고서
메리 트럼프 지음, 문수혜.조율리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지금 전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난리다. 우리 나라도 윤석렬 때문에 난리를 치르고 있는데, 비슷한 점이 있다.
윤석렬의 아버지는 윤기중 교수는 대한민국 학술회 회원으로 선출될 정도로 사회 저명인사이다. 그러나 아들 윤석렬을 대학생 때까지 고무 호스로 체벌했을 정도로 엄했다. 또한 지인인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우리 아들이 뭐 모르고 자라서 좀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에 너무 집착하는 성질이 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꼭 좀 충고를 해 달라'라고 죽기 전에 당부했다고 하니, 윤석렬은 내내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트럼프 역시 우울한 유년기를 보냈다. 어머니는 병약했고, 아버지는 일밖에 몰랐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자가 되길 가르쳤고 그 과정에서 실패한 큰 아들(트럼프의 형)은 가혹하게 버림 받고 죽었다.
그 결과 트럼프는 평생을 승자인 척하며 살았다. 앞머리 숱이 없어서 옆머리로 가린 것처럼. 물론 그 과정에선 숱한 부정이 있었다. 심지어 SAT도 돈을 주고 대리시험을 치렀으니. 2번이나 대통령이 된 그는 현재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본인이 조카인 메리 트럼프에게 한 행동이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가 말년에 아무리 치매가 들었다고 하지만 손녀인 메리 트럼프에게 한 성추행적 행동들이 근거이다.
"도널드는 세 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한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우리 속담처럼, 육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애 하나 잘못 키우면 지구가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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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린 할머니가 감정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히 아이들의 주 양육자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잘 돌봤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어린 자식들을 돌보는 일이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마치 아이들은 날 때부터 스스로 알아서 잘 자랄 수 있다고 믿었던 듯,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주 6일을 트럼프매니지먼트에서 일만 하며 보냈다.
프레드의 무관심 속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아이들은 도널드와 로버트였다. 영유아가 보이는 일종의 애착행동에는 양육자의 긍정적이고 평안한 반응이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미소 지으면 양육자도 미소 지어야 하고, 아이가 울면 양육자는 즉시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 아마도 프레드는 집안 상황이 정상적이었더라도 그러한 애정 표현의 필요하다는 사실을 귀찮게 여겼을 것이다.
도널드와 로버트는 애정에 굶주렸다.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뿐아니라 그의 부재에 큰 괴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아들들의 괴로움이 커갈수록 프레드는 이들을 더욱 멀리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고, 자식들이 정서적으로 굶주려하는 모습을 귀찮아했다. 이러한 태도는 가족들 사이에 위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 부모에게 위로와 안정을 이끌어내도록 설계된 두 아이의 본능적인 행동이 아버지의 분노와 무관심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도널드와 로버트에게 ‘애정을 필요로 하는 일’은 곧 굴욕, 체념, 절망의 동의어가 됐다. 프레드는 집에 있을 때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이 어떻게 해서든 ‘요구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길 바랐다.
일반적으로 가정의 규칙은 사회의 규칙을 반영하므로,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가정에서의 규칙을 통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의 장난감을 빼앗으면 안 되고, 친구를 때리거나 놀려서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는 이 모든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집에서 배운 규칙(최소한 남자들에게 해당되었던 규칙)은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야 한다’, ‘거짓말은 해도 된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건 나약한 것이다’ 등이었는데, 이는 (당연히) 학교에서 맞닥뜨린 규칙과 충돌했다. 세상을 향한 프레드의 기본 신념은 ‘승자는 오직 한 명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패자’였으며, 이는 공유하는 능력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생각이었다. 도널드는 프레드를 통해 아버지의 규칙을 따르지 못하면 가혹할 뿐 아니라 때로는 공개적인 굴욕을 당하는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문에 아버지의 권위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계속 아버지의 규칙을 따랐다. 도널드가 이해하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은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규칙과 당연히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도널드는 위험을 피하고자 시험을 잘 치는 똑똑한 아이 조 샤피로(Joe Shapiro)에게 SAT를 대신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에는 신문등에 사진이 붙어 있지도 않았고 신분증이 기록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쉽게 대리시험을 칠 수 있었다. 한 번도 돈이 모자랄 적이 없었던 도널드는 그의 몫을 두둑이 떼어주었다.
맨션의 모든 세간에는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거실의 규모는 약167제곱미터에 높이는 약 13미터에 달했다. 맨션의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한 대로 화려했지만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날 밤 저녁식사 자리에는 나, 도널드, 말라뿐이었다
나는 수영복에 반바지만 입은 채 점심식사를 위해 테라스로 향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골프복을 입고 있던 도널드가 이전에는 한 번도 나를 본 적 없다는 듯이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세상에, 메리, 가슴 죽이는데!”
“여보!” 말라가 짐짓 경악한 척하며 도널드의 팔을 살짝 때렸다.
내가 서재에 들어갔을 때 할아버지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안녕.” 할아버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잘 지내시죠?”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더니 지갑을 꺼냈다. 할아버지의 지갑은 너무 두꺼워서 주머니에 들어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지갑 속에 반쯤 벗은 여자의 사진을 넣고 다녔다. 내게 열두살 때 그랬던 것처럼 할아버지가 다시 그 사진을 보여줄까 걱정이 되었다.
“이것 좀 보렴.” 당시 할아버지가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며 내게 말했다. 나이가 많아봐야 열여덟 살은 넘지 않았을 법한 여자가
짙은 화장을 한 채 카메라를 향해 순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자는 드러난 가슴을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도널드는 할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조언을 구하듯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할아버지는 그저 사람을 힐끗거릴 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물으며 웃었다. 할아버지의 웃음소리를 그때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마 할아버지는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즐거움을 표현하는 방식은 “하!” 하고 말하며 비웃음을 짓는 게 전부였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일이 할머니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할아버지의 이상한 행동들은 그의 수표책을 숨기는 등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몇 번이고 할아버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소비를 하며 할머니를 비난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면 할아버지는 절묘한 모습을 보이며 할머니를 충격에 빠뜨린 표정을 짓게 했다. 할아버지는 끊임없이 돈 걱정을 했고, 자신의 재산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두려워했다. 할아버지는 인생에서 단 한 푼도 가난했던 적이 없는데도 가난에 집착하게 되었다.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고문하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는 다시 잠잠해졌지만, 할머니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계속됐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퇴근한 할아버지는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은 후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옷과 양말, 신발만 신고 내려오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다들 잘 있냐? 잘 있다고? 그래. 잘 자, 여보.”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어느 날 밤, 할머니와 내가 서재에 앉아 있을 때 할아버지가 다가와 물었다. “이봐 여보, 저녁은 뭐 먹나?”
할머니의 대답을 들은 후 할아버지는 서재를 나갔다. 몇 분 뒤 할아버지는 다시 돌아와 물었다. “저녁은 뭐 먹나?” 할머니가 또 대답했다.
오빠는 할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내가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와 거의 비슷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오빠에게 가한 마지막 일침은 내용이 약간 달랐다. “너희 아버지는 두 손에 하나씩 들고 비밀 동전 두 닢도 없이 죽었어.”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돈뿐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자격 있는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추잡한 여자(Nasty Woman)’라 부르며 조롱한 일부터 《뉴욕타임스》 소속 장애인 기자 서지 코발레스키(Serge Kovaleski)를 비하한 일에 이르기까지, 도널드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내뱉은 모든 발언 중 내 예상은 벗어난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것을 나는 실제 가족 식사 자리에서 본 도널드의 태도들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 못생기고 뚱뚱하며 게으른 여자들을 자주 입에 올렸다. 자기보다 성공했다고 더 영향력 있는 남자들은 “루저”라고 놀렸다.
할아버지와 메리앤 고모, 엘리자베스 고모, 로버트 삼촌은 도널드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웃으며 거들었다. 이렇듯 트럼프 가족의 식사 자리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인간성을 말살하는 행동들이 흔하게 일어났곤 했다. 내가 놀란 점은 그가 그런 짓을 하고도 늘 처벌을 모면했다는 사실이었다.
도널드는 세 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에게는 성장·학습·발달 능력이 없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능력도 없으며, 자신의 반응을 절제하거나 정보를 받아들여 취합할 기술도 없다. 그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이 지지자 중 대다수가 유세 현장이 아닌 곳에서 만났다면 그와 말도 섞지 않았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을 달래기 위해 욕구를 채워 넣어야 했는데,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채워도 갈 수 없는 독에 붓자마자 사라질 ‘칭찬’이라는 물을 계속해서 필요로 했다.
무엇도 도널드의 욕구를 완전하게 채우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는 일반적인 나르시시즘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도널드는 단순히 유약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허상을 믿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허상이라는 것 또한 모를 리 없다. 그 때문에 타인의 지지와 인정을 통해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보호하려 안간힘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