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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알라딘에서 ‘살 것인가?’로 검색하면, 315건이 나온다. 판매량순으로 정렬하면,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가 1위이다. 그다음이 2위가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이다.
315권의 책을 다 봐도 대부분 ‘how to live’ 즉 인생론이고, 간혹 ‘where to live’ 즉 주거론이지, ‘how to buy’ 즉 구매법에 대한 책은 한 권도 없다.
쇼핑중독자를 위한 책은 없나? 아니 굳이 중독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생, 우리 일일의 상당 부분이 무엇을 사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이는데 말이다.
여하튼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50대의 필자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독자가 50대면 공감할 것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특히 이빨 빠지고 눈 침침해진다는 대목에서ㅠ.ㅠ
필자의 인생론은 거칠게 정리하자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되, 이왕이면 타인의 복지에도 관심을 가지란 거다.
백퍼만땅공감
다만, 좀 안타까운 구석이 있다. 차라리 문재인 대신 유시민이 출마했다면? 최소한 이낙연과 윤석렬 같은 사람은 안 나오지 않았을까? 문재인은 64세에 대통령이 되었다.
<밑줄>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리더십 세대교체는 사회적 정치적 현상이지만 그 배후에는 생물학적 필연성이 놓여 있다. 조용하고 순조로운 교체든 시끄럽고 폭력적인 변화든 어쨌든 세대교체는 반드시 일어난다. 물론 꼭 예순다섯 살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약간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나이가 너무 많이 들면 남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일과 자리는 피하는 게 현명하다. 대통령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국회의원이나 장관, 기업의 최고 경영자도 사양하는 게 좋다. 좋은 일 하자고 나섰다가 외려 큰 민폐를 끼칠지 모른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일시적으로 15퍼센트 정도의 대선 여론 조사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대선 예비 후보로서의 정치 행위를 일체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노력해서 얻은 지지율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잠시 내 이름으로 가등기된 것일 뿐이기에 자격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내게 민주당과 합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라고 간곡하게 권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에게 정치 참여와 대통령 출마를 권했다.
나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을 좋아한다.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또는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가족과 친척이 아닌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은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새롭게 나타난 행동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