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문화에 시동 걸기 - 자동차 이야기꾼 황순하의
황순하 지음 / 이가서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인생 첫 차는 1세대 카렌스다. 10년 넘게 잘 타다가 사고로 폐차를 했다. 천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7인승 가스차. 지금 생각해도 가장 가성비가 좋은 차다. 이후 가장 경제적인 모닝 가스차를 샀는데 다섯 식구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겁이 났다. 그래서 다시 3세대 카렌스를 중고로 구입해 타고 있다. 이 카렌스가 개발된 비화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서 기쁘다.

 

요즘은 카렌스 같이 실용적인 RV, 왜건들이 모두 단종되어 쓸데없이 차고가 높고 비싼 SUV만 판을 치고 있다. 저자가 르노 세닉을 보고 카렌스를 만들었던 것처럼 르노 캉구와 같은 차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슬라이딩 도어를 단 왜건 말이다.

 

<밑줄>

1980년대 초 마쓰다가 북미수출용으로 개발했다가 미국 레이건 정부의 강요에 의한 일본차 대미수출 자율규제에 의해 수출하지 못하게 된 121(국내명 프라이드)를 기아자동차가 생산하여 북미시장에 포드 페스티바란 이름으로 공급하게 된 것을 계기로 포드는 1984년 기아자동차 주식 10%를 취득하게 된다.

양질의 저가 소형차의 생산기지로서 기아자동차의 장점을 인식하게 된 포드는 페스티바에 이은 제2탄 북미시장의 소형 SUV 시장을 위한 새로운 콘셉트의 SUV를 생각하게 된다.

당시 가장 앞선 RV 시장이었던 미국에서도 SUV는 각진 스타일과 큰 엔진을 단 대형차들이 대부분이었고, 소형 SUV 시장은 스즈키 사무라이가 구형이라 독특해진 스타일과 저가를 무기로 소량 팔리고 있는 정도의 미개척 분야였다.

포드는 대가로 기아차 주식 50%를 요구하여 다국적 자본의 냉혹한 생리를 드러냈고, 당연히 기아차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기분이 상한 포드는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떠나버리게 되고

고민 끝에 최고경영진이 내린 결정은 독자개발이었다.

기아자동차는 당시 기술제휴선인 마쓰다의 323 언더보디를 가져와 현대자동차처럼 차량상체만의 독자모델을 만들어 프라이드 위 세그먼트인 준중형 시장에 진입하려 했다. 그러나 기아의 성장을 견제하고자 했던 마쓰다는 언더보디 제공을 거부

그 후 기아자동차는 독자모델이자 국내 최초의 언더보디 국산화 차종인 세피아가 개발될 수 있었다.

스포티지가 어려운 산고 끝에 훌륭하게 태어나 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소형 SUV 시장의 잠재력이 확인되자, 1990년대 중반 포드가 다시 가아자동차에 스포티지의 자사 브랜드 공급을 요청. 기아가 거절하자 포드는 마쓰다와 공동개발에 들어가 비슷한 콘셉트의 SUV를 만들어 시판했다. 그 차종이 포드의 익스케이프이다.

 

나는 1996년 가을 파리 모터쇼에서 출품작들을 바삐 둘러보다가 르노 전시장에 놓인 모델을 보고 뭔가 짜릿한 느낌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 모델은 바로 르노가 콘셉트 카로 출품한 메간 세닉이었다.

기존 2박스 스타일의 투박한 밴이나 왜건이 아니라 앞쪽 엔진룸을 최소화하여 카울 포인트를 최대한 앞쪽으로 가져가 차체를 작게 하고도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1.5박스 스타일 미니밴 승용차였다. 소형 승용차에 RV가 결합된 새로운 콘셉트였던 것이다.

당시 경영위기에 빠져 있던 르노는 이 차와 RV 콘셉트를 가미한 다른 승용 모델들의 연이은 히트로 경영부진을 극복하고 여세를 몰아 닛산까지 인수하게 된다.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세피아 1.8L 언더보디의 7인승 콘셉트는 역시 연구소의 반대에 직면했다. 당시 일본에서 막 출시된 도요타의 입섬 7인승이 코로나 2.0L 언더보디를 기본으로 했으니 아무래도 7인승은 중형차 보디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별 수 없이 크레도스의 언더보디로 혼다 오디세이와 유사한 중형 미니밴 개발 콘셉트로 변경되어 진행되고 있었을 때였다. 도요타에서 준중형 코롤라 1.5L 보디로 만든 소형 6인승 미니밴 스파시오가 일본 시장에 튀어나왔다.

결국 연구소 엔지니어들의 입이 닫혔고 자존심이 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파시오가 입섬과 함께 카렌스의 기본설계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다.

 

<참고>

황순하 자동차칼럼리스트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HRGqfsL8NAc?si=wAR4Wx4MOBe84uB7

https://youtu.be/ELiL1AuXTGE?si=L478x40bV4_GwCV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