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지국가에 산다 - 노르웨이의 한국인들이 말하는
박노자 외 지음 / 꾸리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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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식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애는 참 착하고 성실한 편인데, 그런 애들이 이 대한민국에선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삼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겼다. 그런데 의외로 노르웨이에 대한 책이 별로 없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비록 10년전 나온 책이긴 해도 다행히 좋은 책이 있어서 읽게 되었는데, 박노자가 공저자다.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시작해 한동안 박노자에 푹 빠져있었는데, 그게 벌써 20년전이라니 세월 참... 박노자와 나의 공통점(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ㅋㅋ)은 첫째, 나이가 같고, 둘째, 사립학교에서 노예처럼 일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박노자는 좋은 곳으로 떠났고, 난 그대로 머물러 있단 점이다ㅠ.

 

노르웨이는 산유국이다. 국토는 우리보다 6배나 큰데, 인구는 1/10이나 적다. 따라서 바로 따라할 모델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소련이 옆에 있어서 공산화 될까봐 복지국가를 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우리도 그렇게 공산주의가 싫고, 공산화될까봐 두렵다면, 노르웨이처럼 복지국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

 

<밑줄>

1997년 봄. 나는 한국의 모 사립대학에서 비정규직(계약직) 강사로 채용되었다.

한국에서 사립학교 재단의 노예로 사는 것이 너무나 불편했던 나는 외국에 자리를 알아봤다.

우리 가족은 20003월 말에 노르웨이에 와서, 현재 13년간 거주해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약 30퍼센트가 공공부문에서 일한다. 비록 시장성이 없는전공(고대 희랍어라든가 등등) 졸업자라 해도 일단 인문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공공부문 직장(예컨대 복지사무소 상담원 등)을 보통 가질 수 있다. 그러니까 한국과 결정적 차이는 결국 공공부문 고용의 크기인 듯하다.


노르웨이는 소매업 시장의 99.3퍼센트를 4개의 큰 독점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 개인이 가게 내서 장사에 성공했다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전체 비농업 부문 피고용자에 대비해 비농업 자영업가 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피고용자 100명 이상이면 노사 간의 소통과 노동자의 발언권, 즉 경영참여가 법제화되어 있다. 때문에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안정된 소득의 임금 노동자들이 맹목적 성장보다 차리리 재분배 위주의 정책에 더 쉽게 합의한다.


한국은 지금도 산업국으로서 최악의 비정규직 비율(노동인구 중 56퍼센트 정도)을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지만, 노르웨이는 비정규직이 약 8퍼센트에 불과


노르웨이에서 복지국가의 기본적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은 대공황 시절인 1930년대 초기였다. 당시 노르웨이의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 인접국가인 소련처럼 아예 체제를 전복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산당은 비록 의회에서는 약세였지만, 급진적인 노조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보수정당들이 차선책으로 차라리 복지개혁을 실시하겠다는 노동당의 집권을 수용한 것은 결국 혁명에 대한 공포로 인한 하나의 양보였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유럽은 경험적으로 잘 증명하고 있다. 총국민생산 중 세수의 비중을 보자면, 노르웨이는 43퍼센트, 스웨덴은 45펴센트, 러시아만 해도 37퍼센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미국과 똑같이 26퍼센트 정도이다.


지구인 전체가 노르웨이만큼의 소득 및 소비 수준을 누리자면 우리에게 약 세 개의 지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노르웨이의 특수한 경험을 무조건 보편화시켜서 다른 나라들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반드시 노르웨이 정도의 화려한국가적 지출은 아니더라도 한국과 그 경제수준이 비교가 가능한 남유럽, 동유럽의 상당수 국가들까지도 적어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행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정치적 목표들을 한국의 경우에도 상정할 수 있다.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유럽은 인구가 한국보다 많지 않아서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를 유지할 수 있고 한국에선 그런 모델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사실일까? 스칸디나비아 복지 모델은 근본적으로 독일 모델을 근간으로 해서 발전시킨 것으로 독일인구는 남한의 두배에 가깝다. 문제는 총인구 숫자가 아니라 부자와 기업으로부터 얼마나 효과적으로 징세를 하는가, 그리고 부자에게 징세하고 보편적 복지를 실행할 만큼 정치적 의지력이 있는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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