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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부모님이 서점을 하셨다. 망했다. 왜 망했을까? 아버지는 책을 읽는 건 잘하셨지만, 책을 팔아서 돈을 남기는 건 못하셨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에선 불가능한 게 이야기 속엔 가능해진다.
런던의 노팅힐에서 여행서적을 파는 작은 서점, 이 보잘것없는 책방을 운영하는 총각이 유명 여배우와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영화 ‘노팅힐(1999)’이다. 뉴욕의 어퍼이스트에서 아동서적을 파는 작은 서점, 이 하찮은 책방을 운영하는 아가씨가 큰 책방을 운영하는 남자와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가 영화 ‘유브갓메일(1998)’이다.
베스트셀러를 팔지 않고, 동네 주민들과 독서토론을 하는 작은 서점, 현실에선 딱 망하기 좋은 이 서점을 운영하는 이혼녀가 손님으로 온 어느 작가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소설 ‘휴남동 서점’이다. 이런 상상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많이 한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단 건 망상일까?
<밑줄>
서점 오픈 전까지 영주는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영주를 자신만의 정서에서 벗어나 타인의 정서에 다가가게 해줘서 좋다. 소설 속 인물이 비통해하면 따라 비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면 따라 고통스러워하고, 비장하면 영주도 따라 비장해진다. 타인의 정서를 흠뻑 받아들이고 나서 책을 덮으면 이 세상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