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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버릴 책, 팔 책들을 정리하다가 다시 읽게 된 책이다. 15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별로 공감을 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땐 학부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학부모가 되어 읽으니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역시 많은 부분은 공감할 수 없다. 내가 교사여서 그럴까?
저자가 말하는 7가지 나쁜 교사 유형 중 남탓만 하고 자기비판을 할 줄 모르는,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없는, 막말을 하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부모를 부려 먹는 교사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학교라는 철옹성에 안주하는’ 교사는 비판하기 좀 곤란하다.
흔히 교직을 철밥통이라고 얘기하는데, 다른 직종에 비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에도 교원평가, 성과급제도가 들어온 지 수십년이 되었다. 또한 비정규직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절대적인 철밥통은 다 옛날 얘기다. 더구나 양심과 정의를 지켜야 할 교사가 능력과 성과주의의 경쟁에 내 몰리게 된 오늘의 현실이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저자는 독일의 PISA에서 안 좋은 성적이 나온 이유를 교사에게 찾고 있다. 암기/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암기/주입식 교육을 하면 PISA 성적은 물론이요, 입시 성적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 받은 학생이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나? PISA 성적이 좋으면 선진국, 강대국, 복지국가인가?
저자는 훌륭한 교사로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교사를 언급한다. 그러나 키팅은 수업 중 교과서를 찢게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다가 해고 당한다. 현실적으로 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교사상은 입시교육을 잘하는 사람이다. 입시교육을 잘해야 교원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과급제에서 많은 돈을 받는다. 저자는 그런 교사로 키팅을 예시한 것은 모순이다.
<밑줄>
고급 린넨 옷을 입고 목에 줄 달린 안경을 늘어뜨린, 권력과 사랑에 빠진 정력적인 교장 도로테아 존넨슈티히. 미소를 띠며 그녀가 옳다고 여기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한 학부모들은 절대 그녀와 드잡이하며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반대의 기색을 눈치 채는 순간 평화협정은 바로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다. 가령 ‘점수제냐, 서술평가제냐?’란 질문처럼 자극적인 주제에서 말이다.점수제는 철저히 거부되어야 한다. 그녀는 그런 논의 자체를 전부 미연에 방지하고 싶어 한다.
“점수제를 원하는 분은 다른 학교를 알아보시는 게 좋겠네요!”
최근 그녀는 한두 명의 학부모가 4학년만이라도 수학 시험지 밑에 별과 해, 달 대신에 제대로 성적을 알려주는 점수를 써줄 수 없겠냐고 수줍게 문의하자 격앙해서 그렇게 말했다. 이 문제에서는 그녀를 당해낼 수 없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점수 문제를 믿음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점수제에서 긍정적인 면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는 큰일 날지어다. 학교 축제 때 설거지 당번으로 등록하지 않은 게 그녀의 눈에 띄면 화를 면치 못하리라
교사들은 성적 위주의 사고에 대폭적으로 작별을 고했으며, 초등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김나지움에서도 제비뽑기가 관행이 되고 있다. 함부르크의 어떤 김나지움에서는 정규 수업 외 캠브리지 영어 검정시험용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강좌는 사실 영어를 가장 잘하는 학생들을 특별 육성할 목적으로 신설된 것이다. 그럼에도 참여할 학생의 선발 기준을 놓고 일대 토론이 벌어진다.
어떤 남학생이 영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이 강좌를 듣게 하자고 제안한다. 교사가 동의한다. 그러자 교장이 그렇게 하면 성적이 나쁜 학생들이 차별을 당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전체 토론을 중단시키고 제비뽑기로 참가자를 정하라고 명령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 가운데 아무도 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얻지 못한다. 의욕이 넘치는 우수한 학생들과의 수업을 기대했던 교사는 실망한다. 영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언짢다. 하지만 이제 그 강좌를 듣게 된 영어 성적이 나쁜 학생들도 심사가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강좌의 수업 속도와 수준이 자신들에게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열광적으로 또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며 귀를 열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교사들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어쩌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그런 교사를 만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로빈 윌리암스 같은 교사를, 그런 교사들이 현실에도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