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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페어 컬처 -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
볼프강 M. 헤클 지음, 조연주 옮김 / 양철북 / 2021년 5월
평점 :
“《리페어 컬처》를 읽고 옮기면서, 내가 자란 오래된 집과 집을 돌보던 아빠, 엄마, 어린 우리가 있던 한 시절이 자주 떠올랐다.”
옮긴이가 한 말이다. 그런데 마치 내 딸이 장차 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심각한 집돌이다. 평일엔 칼퇴해서, 휴일엔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다. 그리곤 집수리나 차수리를 한다. 최근 1주일에 내가 한 수리를 정리해 본다. (이건 저자가 쓴 정비일지를 흉내낸 것이다)
‘자동차 전조등 교환, 세탁기 배수 필터 청소, 현관문 닫히는 속도와 힘 조절, 공기 주입기 압력계 영점 조절(이건 실패), 공기 주입기 깨진 실린더 붙이기(이것도 실패), 방전된 자동차 배터리 복원(역시 실패), 자동차 타이어 압력 점검기 부착, 현관 데크 확장, 우체통 만들기, 다락방 붙박이장 해체, 화장실 콘센트 덮개 부착, 전선 정리함 개조 등등’
일일일(수)선! 하루에 하나 이상은 수선을 한 것 같다. 10년 전까지 아파트에 살 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고칠 것도 없고 고칠 맘이나 힘도 없었다. 그런데 10년 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지어 살면서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파트의 편리함을 버린 대신 단독주택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얻었다. 한마디로 내 손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글쓴이는 독일어에서 이해하다(versthen)는 파악하다(begreifen)와 비슷하다고 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머리로 아는 것(理解, 이해)는 곧 손으로 잡는 것(把握, 파악)이다.
현대 교육이 자꾸 머리로만 이해시키려 하는데, 손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오전에는 지식 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실습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뿐만이 아니라 우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장난 것을 고쳐 쓰지 않고, 고장나지 않은 것도 자꾸 새 것으로 바꾸려는 병폐는 손을 사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리페어 컬처> 진짜 좋은 책이다. 양철북에서 나올 만한 책이 또 나온 것 같다. 꼭 읽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