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송강평전
박영주 지음 / 고요아침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미인곡 바라보며 정철을 한하노라

 

정철은 1536년 중종 31년에 서울에서 태어난다. 정철의 큰누나가 인종과 결혼을 한다. 정철은 어릴 때 궁궐에 가서 인종의 이복동생인 경원대군(명종)과 친하게 지낸다.

 

인종이 즉위 8개월만에 죽게 되면서 배 다른 동생 명종이 12살에 왕위에 오른다. 명종의 외삼촌이 득세를 하면서 인종의 외삼촌 세력을 반역죄로 모함해 죽이는 을사사화가 일어난다. 인종과 인척관계였던 정철 일가는 유배를 당하고 정철의 매형과 큰형은 죽임을 당한다. 10살의 정철은 이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다. 권력을 잡지 못하면 죽는다는...

 

정철 일가는 7년 유배 생활을 마치고 담양 창평으로 이사를 한다. 여기에서 정철은 10년을 공부하여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명종 17년 정철은 관리의 비리를 조사하여 문책하는 사헌부 지평을 맡게 된다. 이때 명종의 사촌형 경양군이 처가 재산을 빼앗으려고 처남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정철은 형을 좀 봐달라는 명종의 부탁을 거절하고 원칙대로 하다가 경양군이 옥사를 한다. 이후 명종과 사이가 틀어진다. 정철은 이미 을사사화 때 명종에게 느낀 배신감으로 보복한 것이 아닐까?

 

선조가 즉위하면서 을사사화로 화를 입은 사림파가 복권된다. 이로 인해 정철은 선조를 사미인곡/속미인곡에서 미인이라 칭송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림도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면서 서인인 정철과 이이는 당쟁의 갈등 속에 귀향을 자주 한다. 게다가 20년 지기인 이이가 49세로 죽자 정철은 크게 낙심을 한다.

 

동인인 정여립이 반란을 꾀한다는 소문을 들은 정철은 선조에게 이 사건을 알리고, 선조는 정철에게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정철은 선조의 지시대로 천여명에 가까운 동인 세력을 죽게 하는데 이를 기축옥사라 한다. 기축옥사로 인해 전라도가 반란의 혐의를 입고, 이후 전라도 출신은 관직 진출이 어려워진다.

 

정철은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라고 선조에게 건의했다가 선조와 사이가 멀어진다. 게다가 동인들의 끊임없는 모략으로 유배를 당해 159358세에 죽음을 맞는다. 죽어서도 동인의 보복으로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다가 100년만에 복권이 된다.

 

정철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은 을사사화와 기축옥사이다. 을사사화는 왕의 인척 간 권력 다툼이었고, 기축옥사는 사림의 동서인 간 권력 다툼이었다. 지배층끼리 권력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번은 피해자로, 또 한번은 가해자로 살다가, 죽어서도 편치 못했다.

 

그의 작품 관동별곡은 선조가 정철에게 벼슬을 줘서 기뻐하는 노래요, 사미인곡/속미인곡은 안 그래서 슬퍼하는 노래이다. 을사사화 때 큰형과 매형이 죽은 한을 기축옥사 때 풀었으니 선조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결국 선조도 정철을 토사구팽하고 말았다. 한껏 날다가 추락해 죽느니 차라리 날지 말았으면 어떠했을까? 그토록 좋아하던 술이나 먹고 살았으면 말이다.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셈하며 무진장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가나
비단 상여에 만인이 울며 따라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회오리바람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어쩌리

(정철 - 장진주사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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