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봤어? 2 - 우리가 잃어버린 삶 청소년 인문 교실 2
엄기호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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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1(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이어 중고등학교 토론수업 교재로 쓰기 좋은 책이다. 다만 전작에 비해 편당 쪽수가 많아 한 시간에 읽고 토론하기 힘들 듯하다. 2시간을 묶어서 수업을 할 때 사용하면 좋겠다.

 

<밑줄>

인간이 만들어낸 조직 중에서 그 수명이 가장 긴 조직은 뜻밖에도 종교 조직입니다. 예수나 붓다를 직접 본 사람은 이 시대에 아무도 없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이 남긴 가르침을 자기 삶의 귀감으로 삼는 사람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종교 조직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왔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오래 존속하리라 예상됩니다. 국제적 규모의 기업도 100년을 존속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요. (성혜영, ‘인간은 신을 버릴 수 있는가)

 

발굴되는 유물들을 보면 남신상이 없고 전부 여신상입니다. 이것은 거의 동시대에 존재했던 다른 문명에서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유럽 일대뿐 아니라 동북아시아까지도 그래요. 또 거기에서는 방어용 성곽이 발견되지 않아요. 공격용 무기도 거의 없습니다. 전쟁을 안 했던 것입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살았지만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시대였습니다. 대형 고분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피라미드 같은 큰 무덤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도 없었다는 의미예요. 대신 고분들의 크기다 다 비슷해요. 평등한 사회였던 거죠. 이처럼 여신 문명은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였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의 지역이 여신 문명의 영역이었어요. 그런데 BC 4000년경부터 여신 문명의 시대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일정 지역에 주거하던 이질적인 성향의 종족들이 갑자기 이동하면서 팽창하기 시작했는데 아마 기후 변동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 종족들의 특징은 남신을 숭배하는 전사 계급이 그 공동체의 중심이라는 점이에요. 이들이 유라시아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여신 문명이 깡그리 파괴되기 시작해요. 이게 약 2000년 동안 자행됩니다. 그러면서 고대 여신 문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신 중심의 문명이 새롭게 세워지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든 신화들은 대체로 이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여신 문명의 신화들을 남신 중심으로 왜곡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로 알려진 이야기들이 당시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신화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이 누구죠? 제우스인데, 특기가 뭐죠? 다들 번개를 잘 다루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실은 바람피우는 겁니다. 제우스의 여성 편력을 보면 정말 신이 맞나 싶어요. 납치, 강간을 일삼는 특수범죄자예요. 여신 문명이 그리스 신화의 주요 무대인 에게해 일대의 섬들에 마지막으로 잔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우스가 수많은 여신을 겁탈하고 납치한 신화는 바로 남신 문명이 에게해 지역의 여신 문명을 하나씩 정복해간 역사를 압축한 것이라고요. 그리스 식민 지배의 역사이지요. 신화적으로 볼 때, 정복은 세 종류로 압축됩니다. 가장 참혹한 건 여신을 살해하는 겁니다. 두번째는 납치와 강간이고 세번째는 남신의 배우자로 삼는 겁니다. 그러면서 여신들의 신격을 떨어뜨리는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는 이렇게 편집된 것입니다. (이성희, ‘노자와 장자의 철학으로 본 생명 감수성과 생명의 즐거움)

 

딱딱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다. -노자 76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습니다. 이 부드러움을 노자는 여성성의 특성으로 보았어요. 생명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경직돼요. 딱딱해집니다. 남성 중심의 문화는 강함을 추구하고 서로 그 강함을 경쟁합니다. 그리하여 폭력과 전쟁으로 확장되지요. 강함의 추구, 그 끝은 죽음입니다. (이성희, ‘노자와 장자의 철학으로 본 생명 감수성과 생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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