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 어느 교사의 마지막 인생 수업
다비드 메나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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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공부하는 저희 입장에서 힘든 것을 이해해주시고 같이 잘못된 교육 방식에 대해 얘기 나눠주셔서 좀 통쾌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선생님 삶의 끝에서라는 책 읽어보세요. 선생님께 너무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교원평가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한 학생이 내게 써준 글이다. 이 책을 사서 읽어보니 놀랍게도 저자 메나셰랑 나랑 같은 게 많았다. 태어난 해가 같고, 부모님이 헌책방을 운영했던 점이 같고, 교직에 진출한 해도 같고, 국어교사란 점도 부부교사란 점도 같았다.

 

그러나 나머지는 너무 달랐다. 그는 너무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출근해서 연달아 수업하고, 상담하고, 회의하고, 코치에 인솔자에, 집에 가서도 채점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일이 곧 자신이었다. 나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랬지만 지금은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중요시 한다. 저자에게 아이가 없었던 것이 일을 중시하게 된 요인일 것이다.

 

의미 없는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졸업한 제자들을 만나러 마이애미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국토횡단여행을 떠나면서 아내에게 동행을 물어보나 아내는 거부한다. 여행 끝에 부부는 이혼하고 저자는 삶의 마지막을 제자들과 함께 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는데 끝까지 아내를 언급하지 않는다.

 

내게 이 책을 추천해준 학생의 의도는 아마도 내가 메나셰 선생님처럼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교사가 되길 바란 것이 아닐까? 그 뜻은 참으로 고마우나 사실 큰 부담이 된다. 나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좋은 아빠와 남편이 더 되고 싶기 때문이다.

 

<밑줄>

나는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를 몇 시간이 걸리건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종이에 피라도 쏟은 것처럼 섬뜩하게 보일 때까지 빨간 펜으로 평을 열심히 적어주는 편이었다. 학생들이 에세이를 쓰는 데 시간을 들였으니 나도 그것을 읽고 더 나아지도록 도와주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의사들은 내가 치료 덕에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내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내 일이었다. 학생들은 내 생명의 진수이자 나의 숨,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였다. 학교에 있으면 아프지 않았다. 가르침에 열정을 쏟아붓는 시간만이 존재했다. 암과 벌이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일을 그놈이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날, 나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다시는 출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알렸다.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나아지시길 빌었는데 말이죠. 혹시라도 병세가 호전되면 언제든 돌아오십시오. 단 이 분간의 통화로 그렇게 허무하게, 일생을 바친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첫새벽에 일어났던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내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상대방도 그만큼 나를 그리워하는 거라고들 말하지만, 지금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만큼 당신이 나를 그리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시구가 떠올랐다.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벌써, 내가 가르쳐보지 못할 반들, 앞으로 만나보지 못할 학생들이 그리워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줄곧,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자 항상 해온 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일이 백만번도 더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정말로 알았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사는 법을 배운다.

 

같이 갈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폴라는 딱 잘라 거절했다. “우리는 각자 인생에서 원하는 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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