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이해 현대사상의 모험 8
마샬 맥루한 지음, 김성기 & 이한우 옮김 / 민음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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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 읽어도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은 어디서든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도 그 뜻을 알기가 쉽지 않다. 왜냐면 너무 장황하고 어려워서.


언어, 인쇄, 만화, 사진, 신문, 광고, 게임, 전신, 타자기, 전화, 축음기,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뿐만이 아니라 도로, , 의복, 주택, , 시계, 바퀴, 자전거, 비행기, 자동차, 무기, 자동화까지 미디어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1960년대 미국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마셜 맥루언의 불친절한, 현학의 바다에서 장시간 표류하다 보면 가끔 눈이 번쩍 뜨이는 섬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표음문자가 서양인의 삶을 어떻게 발전시켰는가 하는 대목이다, 다소 서구우월주의가 느껴지긴 하지만. 언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라면, 그 미디어인 언어가 표음문자여서 그렇지 않은 동양(중국)보다 서양이 우월하다는. 그래서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말. 

 

<밑줄>

러시아에서 바스크족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페루에 이르기까지 서구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알파벳들은 모두 그리스-로마 문자에서 나온 것이다. 그 문자의 형태와 음성이 의미상의 말의 내용과 분리되는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이 알파벳들은 문화들간의 번역과 동질화를 위한 가장 철저한 기술이 되었다. 그 밖의 다른 모든 문자들은 단지 하나의 문화에만 봉사해 그 문화를 다른 문화들과 분리하는 데 기여해 왔다. 비록 조잡하기는 해도 표음적인 문자들만이 그 어떤 언어의 소리든지간에 하나의 동일한 시각적 부호로 번역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중국어를 서구의 표음 문자들을 사용해 표기해 보려고 하고 있는데, 광범위한 성조 변화와 동음이의어 같은 특수한 문제에 봉착했다. 이리하여 중국어의 단음 어절을 세분화해 다음절어로 변형시켜 음성상의 애매함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구의 표음 알파벳이 이제 중국어와 중국 문화의 청각 중심적인 특징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서구의 노동과 조직에 통일의 중심과 일양적인 선형적이고 시각적인 패턴들을 자국 내에서 발전시키기 위해서이다. 다른 한편 우리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을 쿠텐베르크 시대를 벗어남에 따라 점차 우리 문화가 가진 동질성, 일양성, 연속성 등과 같은 특징을 식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그리스와 로마는 비문자적인 야만인들을 누를 수 있었는데, 야만인이나 부족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문화적 다원주의, 특이성, 불연속성 등을 자신의 특색으로 삼고 있다.


요약하자면 바빌로니아, 마야, 중국 등과 같은 문화에서 사용된 그림 문자나 상형 문자는 인간의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에 접근할 수 있게끔 시각을 확장한 것이다. 이 모든 형태의 문자들은 구어상의 의미에 그림으로 된 표현을 제공한다. 그래서 그것들은 만화 영화와 비슷하고 극도로 다루기 힘들다. 왜냐하면 사회 활동의 무한한 자료와 활동을 지시하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기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표음 알파벳은 적은 수의 문자만으로 모든 언어들을 다 포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기호와 소리가 의미론적, 극적 의미로부터 분리된다. 이런 일은 그 밖의 다른 문자 체계들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


또 표음 알파벳에 고유한, 시각과 소리와 의미의 분리는 확장되어 사회적, 심리적 결과들을 낳게 되었다. 문자 문화의 인간은 상상 생활, 정서 생활, 감각 생활이 상당히 분리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 점은 루소가 오래전에 천명한 바 있다. 오늘날에는 로렌스를 언급하기만 해도, 인간의 <전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문자 문화인을 넘어서려는 20세기의 각종 시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서구의 문자 문화인들이 자신의 알파벳을 사용하는 것과 자신의 내적 감수성이 크게 분리되어 있는 것을 경험한다면, 그들은 자신을 씨족이나 가족으로부터 분리해내는 개인적 자유도 획득될 것이다. 개인의 일생을 형성하는 이런 자유는 군사 생활이 지배하던 고대 세계에서도 드러난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에서처럼 공화제 아래의 로마에서는 재능에 따라 인생이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었다. 당시 새로운 문자 문화는 동질적이고 유연한 환경을 창출해 냈고, 그 속에서 군인들이나 야심을 가진 개인들의 이동 가능성은 새로울 뿐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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