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풍금이 있던 자리'의 그녀는 얼마나 애잔했던가요. 그 책을 읽고부터 제 글에는 쉼표와 말줄임표가 한 껏 더 늘어났더랬습니다. 신경숙의 책은 언제나 한 템포 느리고, 뒤적이면 한숨, 누르면 눈물같은 것이 배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게 참 좋았지요. 하지만 이젠... 눈물에 아주 푹~ 젖어서 작가 자신 안에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오산이, 이 여자, 당최 감당이 안되는군요. 왜? 왜? 왜? 도대체 왜 그러는지 누가 나서서 설명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산이의 그런 여리고 불안정한 감성에 대한 기반이 너무 약했습니다. 무리한 인물 설정이라고나 할까요. 느리다 못해 속이 터지게 답답하고, 곁에 있다면 등짝을 철썩 때려 정신차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에 쉬이 감정이입이 되어버리고, 한동안 말투나 글매무새마져 물들어버리는 저로서는, 답답한 그녀의 빛 바랜 한때와의 조우가 결코 유쾌하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