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날카로움과 예리함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날카로운 것에 찔리면 문득 거슬리는 이물감이 느껴지겠지만, 예리한 것은 그것마져 느낄 틈이 없죠. 전경린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떤 예리한 것에 쑤욱 찔린 것 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틈에 주인공과 연결되어 있는 자신을 느낍니다.

유리배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두 남자와 그런 사랑, 이 세상에 존재하기도 힘들 것 같고, 설령 존재한다해도 평생을 가야 나와는 닿을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사실적이지 못한 사람과 상황에서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나와 내 곁에 설 것 같은 생생한 색감의 감정과 말들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동화되어 똑같이 들뜨고, 아프고, 상처입다가 마지막 문장이 툭, 끊긴 순간부터 하루 이틀은 참 허허롭습니다. 레이스 커튼을 짜다 만 것 처럼 손이 겉돌고, 어이 없이 연인을 잃은 것처럼 쓴물이 넘어옵니다.

무엇보다도, 외양이 참 아름다운 책입니다. 표지를 바라보기만 해도 책의 느낌이 읽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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