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저는 소설이 참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도 동시에 깨달았고, 그것이 하나도 억울하지가 않았습니다. 이런 소설, 죽었다 깨어난데도 쓸 수가 없지요. 이 사람은 어쩌면 이리도 색깔 선명한 기억을 머리 한 구석에 켜켜이 쌓아놓을 수 있었을까요.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 성함 하나도 변변히 기억해내지 못하는 저같은 이는, 쓸 수 없는게 당연합니다.

신선한 초목 아래서 뛰어놀던 박적골에서의 유년 시절 묘사는 혼을 쏙 빼놓을 지경입니다. 이 노회한 작가를 어느 평론가가 '글귀신'이라고 칭한 것이 떠오릅니다. 정말 박완서는 글귀신인가 봅니다. 흙바닥보다 시멘트를 더 좋아하는 제가 누리지도 않은 유년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만드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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