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1
하경 글, 김명자 그림 / 코믹스투데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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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의 CAN을 먼저 만나고 나서 Mitsukazu Mihara의 DOLL을 만났다. 순간, 비슷한 소재때문에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표절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다시 한 번 읽고 난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엷어졌다.

인간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형이라는 기본 소재 이외에는 작품의 분위기나 전개가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AN은 SF적인 색채가 짙다. 로봇이 식물과 인간의 성질이 뒤섞인 것으로, 캔에 입을 맞추면 타액을 통해 주인을 기억한다는 설정은 매우 독창적이다. 1권에는 없지만, 녹애철병 다음 편에서 인류가 산아제한을 결정하고 몰래 낳아 버려진 아이들이 장기매매자들에 의해 사냥된다는 설정은 뒷골을 섬뜩하게 만든다.

기본기가 옅보이는 동적인 그림과 특별한 분위기...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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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 1
미츠카즈 미하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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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재와 그에 걸맞게 독특한 그림이다. 인간이 희망하는대로 만들어진 인간을 위한 인형... 문득 영화 AI에서 던져진 묵직한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로봇이 감정을 갖게 되면...인간은 어떻게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 DOLL에 등장하는 인형-사실은 로봇에 가깝겠다. 아니, 어쩌면 사람에-들은 기본적으로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무너진 집을 떠받치며 주인을 지키는 인형, 고통을 느끼도록 개조되어 울부짖는 인형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개념인지의 경계조차 모호해진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형을 만들었다. 인간의 욕망에 부응하도록 만들어지고, 그 욕망때문에 망가져가는 인형들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져 주어야 할 것인가?

선정적인 장면들도 나오지만, 그때문에 작품이 주는 묵직한 화두가 희석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오랜만에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만화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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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1
양재현 그림, 전극진 글 / 대원씨아이(만화)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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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큼직한 화면 구성에 대사 몇 마디 없는 무협만화는 잘 안본다. 뭐, 꼭 여자라서라든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는...돈이 아까워서.TT 만화책 사보자고 목울대 아프게 부르짖는 작가님들이 보면 경을 칠 소리지만, 한 권 읽는데 10분도 안 걸리는 무협만화는...시간제 아니고 권당 빌려보면 돈이 엄청 깨진다.

그런데 열혈강호는 다르다. 쬐그만게 되게 알차다. 게다가 식상하게 싸움만 하지 않는다. 사랑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지나가는 듯 하던 조역 하나도 사연 없고 눈물 없는 사람이 없다. 그 방대한 줄거리는 글쓴이와 그린이가 효율적으로 분담을 해서 작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몇 년 전에 읽은 내용이 아련해서 방학동안 1권부터 27권까지 주욱 쌓아놓고 킥킥거리며 보았다. 덕분에 한 2박 3일은 즐거웠던 것 같다. 만화책에 빠져 보낸 하루가 허무하지 않고 행복하게 기억되는 만화...열혈강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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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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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이가 하야시 아키코? 아~ 달님 안녕의 그 작가군요! 달님 안녕이나 싹싹싹에서 동양적인 얼굴이나 표정을 잘 담아내서 좋았었는데, 순이와 어린동생에서는 그 그림의 감동이 한결 더합니다. 순이와 영이의 바알간 볼과 찰랑이는 머리결, 옷과 팔다리의 질감이 꼬옥 안아주고 싶을만큼 사랑스러워요. 그런 그림의 생동감이 글과 상호작용을 일으켰는지, 순이가 영이를 찾아 골목을 뛰어 다닐 땐 저도 덩달아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드디어 놀이터에서 영이를 찾아 끌어안을 땐 괜히 눈물이 날 뻔했다니까요. 별다른 교훈을 찾지 않아도, 예쁜 정서를 담은 그림과 영이의 심정 변화를 따라가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예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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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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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일본 에니메이션을 보고 거듭 감탄했다. '인간의 머리 속에 저렇게 무한한 상상력이 들어있다니!' 상상력, 그것이 일본 사람의 특징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비약이 너무 크지만 일본 작가들의 동화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주 엉뚱하고 유치한, 심지어 뻔뻔하다고 느껴지기까지하는 상상력이 배인 소재를 책으로 펴내고,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그런 책을 매우 좋아한다.

'도깨비를 빨아버린...'의 내용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힘이 넘쳐서 무엇이든 빨아버리는 엄마와 그 엄마의 손에 걸려든(?) 도깨비. 엄마는 도깨비를 빡빡 빨아서 구김을 펴고, 아이들을 시켜 예쁘게 눈코입을 그려준다.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 도깨비는 친구들을 잔뜩 데려오고...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황당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나보다. 신나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재미있다'며 좋아한다. 이런 걸 동심이라고 하는건가.

나야 받아들이기 버겁지만, 아이들의 머리를 열어 상상력을 북돋아주기엔 퍽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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