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제이 보고서
J. M. 라이니쉬 외 지음, 이영식 옮김 / 하서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자, 머리 속에, 여성의 내부 생식기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T자형의 자궁, 양끝에 나팔꽃 같은 모양의 나팔관과 난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성인이라면(특히 여성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그 모양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엔, 외부 생식기를 떠올려볼까? 어...어, 이상하게도 그건, 머리 속 화면에 바로 펼쳐지던 T자형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애매한 모습의 원, 타원 몇 개가 겹쳐진 어슴푸레한 도판 하나만 머리 속에 맴돈다.

그래 뭐, 그럼, 이번엔 기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자궁이 뭘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 당연히, 딩동댕~ 자궁은, 아이를 기르는 곳이다.

그럼, 다시 외부 생식기로. 클리토리스가 어떤 기관인지 아는 사람? 몇 퍼센트나 그 기능과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아니, '클리토리스'라는 명칭을 가진 부분이 여성의 신체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몇 퍼센트나 될 것인가....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성교육을 실시한다. 유교의 뼈아픈 구습에도 불구하고 이제 사회는 더이상 '혼전순결'을 표면에서 논하지 않는다. 정말 사랑한다면 섹스할 수도 있다는 젊은이들이 반 수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더불어, 낙태율은 여전히 최고수준을 달리고, 여성지 뒷면 후미진 곳에는 우리나라 기혼 여성의 30~40%가 평생동안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채 나이먹어간다는 출처 불분명한 가쉽이 떠돈다.
뉴스엔 연일 집단 성폭행, 유아 성추행, 에이즈....

대관절, 왜?
표면은 바뀌었지만, 그 이면은...내면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도 <섹스>라는 단어는 입 밖에 내기 수월한 단어가 아니다.
성교육 시간이 되면 나팔관의 모양은 열심히 그려주면서, 피임기구의 정확한 사용법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성에 관련한 문제는,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말 그대로 성이 생활인 기혼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 '지나치게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대화를 나눌 곳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기껏해야 포르노 동영상 속 과대망상적인 섹스만이 비교대상(?)이 될 뿐. ...철푸덕, 좌절.^^;

킨제이 보고서는, 성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서이다. 상세한 백과사전인 동시에 쉽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자이기도 하다.
ㅎㅎ 오해하진 마시길, 카마수트라 같이 성적 희열에 오르기 위한 방법이 상세하게 논의되고 있다거나, 아리따운(?) 도판이 실려 있진 않다. 간단명료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도입, 그리고 킨제이 연구소에 접수된 수 많은 질의에 대한 응답 방식으로 엮여있다. 많은 질의들은 때로는 너무 어이없고 유치하기도 하고, 심각한 수준의 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질문이 평이하든 난해하든, 여하간 서양에서도 섹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그닥 많지가 않은가보다. 쯧, 우리 나라는 오죽하랴.

그리고 본 책은, 단순히 '섹스'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은 아니다. 2, 3장 성기와 생식 시스템에서부터 3장 보디 이미지를 거쳐, 5장에서는 매력, 사랑, 인간 관계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주제, 다양한 성행동과 도착증, 오르가즘, 성과 노화, 유아기와 소아기의 섹슈얼리티를 거친 사춘기, 사춘기 자녀 부모들을 위한 특별지침, 발생부전과 성적 부정합, 성전환증, 성감염증.....헥헥, 숨차다. 정말이지, <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종합 선물세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독해력과 사고력이 갖춰지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성생활에 작은 부분이라도 의문점을 갖고 있는 부부나 결혼을 앞둔 미혼 남녀라면 꼭, 읽기를 권한다.

킨제이 연구소의 연구는 과거 50년동안 주욱 지속되고 있건만...당최, 올바른 성지식은 왜 이렇게 전파가 느린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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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6-2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한 가지, 이 책에 대한 불만....책이 해결할 수 있는 수위 이상의 문제에 이르면 항상 나오는 "성치료사나 성상담사와 상의하라."
대체, 우리 나라엔...성치료사라는 직업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어디에서 그 사람들을 찾아야 하나??^^;;;

진/우맘 2005-06-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아프락사스님, 죄송....리뷰가 두 개나 올라가서, 하나 지웠어요. 누가 그새 이 리뷰엔 추천을 달아놓았기에...ㅎㅎ...^^;;;;;

마냐 2005-06-2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쾌통쾌발랄한 진우맘표 리뷰!
근데....작은 의문점도 별로 없는 부부는 안 읽어도 되는건가요? ^^;

클리오 2005-06-2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대단합니다. 보관함에 담아둡니다. ^^

진/우맘 2005-06-2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에헤...너무 과했나요?^^;
마냐님> ㅎㅎㅎ 부럽습니다~ 그런데, 성과 노화에 대한 부분도 있으니...나이 먹었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읽어두는 것도.^^;

가넷 2006-10-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려고 했더니 벌써 절판이네요. 설마 출판사가 망한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