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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우 - 권교정 단편시리즈 2
권교정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중학교 때는 주말에 성당 다니는 길에 만화방으로 새서 '안녕, 미스터 블랙' 류의 작품을 읽으며 펑펑 울고, 고등학교 때는 집에 만화를 세 가마니(!)나 쌓아놓고 사는 친구에게 총애(?)를 받아 강경옥이며 김진 등의 작품을 섭렵하고. 지금은 아이 둘에 이십대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정기적으로 만화가게에 들락거린다. 이만하면, '만화 좀 본다'고 으스대도 좋을 것 같은데..... 아아, 난 아직 멀었다. 권교정이라는 이름을 오늘에야 알다니!
'붕우'와 '피터팬' 두 작품이 실려 있는 권교정의 두 번째 단편집이다. 사실은 알라딘 서재지인 중 한 분에게 깜짝선물을 받은 책인데, 작가의 이름도 낯선데다가 '두 번째 단편집'이라는 문구를 읽고 잠시 의아했었다.
'왜, 굳이, 두 번째 단편집인걸까?'
그런데, 덮고 나니 이젠 알겠다. (읽어보지도 않은 첫번째 단편집을 덮어놓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붕우', 이 단편집은 분명 다른 작품들보다 탁월하게 빛나는 책일 것이라는 느낌이 파바박~전해 오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그림은 그다지 개성이 넘치는 편이 아니다. 어떤 부분은 김혜린, 또 다른 부분은 김지윤...그런 식으로 다른 작가들의 그림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시대와 장소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맘껏 이야기를 펼치는 데에 하나도 하자가 없을만큼의 실력은 확실히 느껴진다.
'붕우'도 좋았지만 나는 두 번째 이야기, '피터팬'에 홀딱 반했다. 악역을 재평가하는 것은 이제 그다지 신선할 것도 없는 소재이지만, 권교정이 그려내는 후크는 유독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꼭, 꽃미남이라서가 아니라구요~) 그리고 스포일이 될까봐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후크와 피터팬, 팅커벨의 관계는 아귀가 딱딱 떨어져서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거기에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묵직한 화두까지.....
언뜻 리뷰를 보니, 권교정의 열혈팬을 '킹교'라고 칭하는 것 같던데. 그것이 맞다면, 여기 예비 킹교 하나 대령이오~~ 만화책 한 권을 읽는데 평균 소요되는 시간 20분, 그 20분만에 나를 완전히 사로잡아버린 멋진 단편집, 바로 '붕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