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하자, 끙끙 - 0~3세 아기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민오 지음 / 보림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소변이 그저 더러운 얘기가 아니라 유아의 발달단계에서 중요한 과업이자 즐겁게 주목해주어야 할 사건이라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똥'에 대한 그림책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왔지요. 똥의 가치를 격상시켜준 '강아지 똥'부터 코믹한 똥 대탐험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까지, 그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여기, '응가하자 끙끙'도 똥 이야기입니다. 굳이 분류해 보자면 '생활습관-배변훈련'에 관한 책이예요. 그런데, 똥 이야기라 하더라도 귀엽고 환하기만 했던 기존의 생활습관 책과는 차별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신문지를 쓱쓱 비벼 밑을 닦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라도 한 건지, 때아닌 신문지를 배경으로 조금은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울퉁불퉁한 선, 어두컴컴한 색조를 거침없이 사용했네요. 그런 그림이 처음에는 예뻐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읽어 줄 때마다 새록새록 단순한 이 이야기에 정이 붙더군요. 아마도, 작가는 똥 이야기가 최대 관심사였던 유아기로 과감하게 퇴행을 결심했나 봅니다. 그렇기에 그림도 전개도 이렇게 생생한 것이겠죠?


책을 펼치면, 흑염소 한 마리가 아기변기에 똥을 누고 있습니다. "응가 하자, 끙 끙 끄응~" 하는 구령(?)에 힘을 입은 듯, 다음 장에서는 동글동글 작은 똥이 든 변기통을 신이 나서 휘두르며 "야~ 나왔다!"고 뛰어다닙니다.
야, 그러다 똥, 바닥에 다 흘릴라! 읽어주던 엄마 마음은 조마조마하지만, 이런 마음, 들키지 말아야겠죠? 똥이 더럽고 흉한 것이라는 고정관념 말고 기저귀가 아닌 변기에 처음 똥을 눈 성취감을 함께 축하해 주는 게 이 그림책을 집어 든 이유니까요.
염소의 뒤를 이어 다양한 동물들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결국 마지막 주인공, 아기가 등장합니다.
어? 그런데 아기는 처음엔 똥을 누지 못했어요. 그래도 괜찮다며 격려해주는 동물친구들의 위로를 받고, 모두 다 함께 "끙 끙 끄응~"힘을 주는 가운데....야호~ 나왔다! 모두 함께 기뻐합니다.


아직 둘째는 배변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두 달 있다가 기저귀를 떼려고 합니다. 낯선 아기 변기에서 어색하게 힘을 주는 둘째에게도 '응가하자 끙끙'의 동물 친구, 아기 친구들이 아낌 없는 응원을 해 주길 바래요. 분명, 그래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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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2-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 끙~~~~차! ^^

날아가기 2004-12-3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에 관심 많은 둘째 놈이 엄청 좋아한 책입니다. 지금도 좋아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