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조카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1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1권, <마법사의 조카>를 읽고 난 후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반지의 제왕+해리포터/2=나니아나라 이야기' 였다.
진부한 공식이지만, 이런 느낌이 나만의 것은 아닐 듯 싶다. 톨킨과 친구사이였다는 C.S.루이스가 창조한 세계 <나니아>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요정계나 숲의 마님이 사는 숲처럼 신비롭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그런데 주인공은? 주인공 디고리는 영락 없이 해리 포터이다. 불우한 현실, 그러나 정의로운 마음, 조금은 유약한 성품까지, 머리에 번개 흉터만 그려 넣으면 똑같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디고리의 여자 친구 폴리도 똑똑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영락없이 헤르미온느네.^^

이런 기시감 때문에 작품이 시시하게 느껴졌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열광하는 책 목록,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 바로 다음에 <나니아 나라 이야기>도 자리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해리 포터보다 디고리를 먼저 만났다면, 머리 속 순위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마저 드는 걸?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지만 엄숙하거나 진부한 느낌은 전혀 없다. 작가의 절묘한 유머감각 때문이리라. 이야기의 화자가 되어 적시에 끼어들고 상큼하게 빠지는 C.S. 루이스의 재치에 몇 번이고 키득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는 어린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런 책을 썼느냐는 질문에 "아는 어린이가 딱 하나 있지. 바로 어린 시절의 나일세."라고 대답했다는 작가. 동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가끔 본인, 나아가 후세의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보배로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초등학교 친구들에게는 딱 좋을만한 분량이지만, 단숨에 읽어내린 나는 조금 성에 덜 차 아쉬웠다.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여섯 권이나 더 남아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고 뿌듯할 따름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은아이 2004-10-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지의 제왕을 읽고 느꼈지요. 아, 해리 포터 시리즈가 롤링이란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게 아니구나, 다 이런 환상문학 전통을 토대로 해서 나왔구나 하고요. 나니아 이야기도 그렇게 해리 포터 시리즈의 토대가 돼주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