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년과 동심을 천사의 그것, 순진무구하고 선한 시간이라고 칭송하는 것은...어쩌면 어설픈 자기 위안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천진했지만 그렇기에 더없이 사악하고 신랄했다. 언제부터인가 싹트기 시작한 <자아>라는 것을 키우기에 급급하여 배려나 이해는 미처 챙길 수가 없었다. '성장'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던 유년 시절, 그러나 이제는 윤색하고 정비해서 아름답고 순수하게만 저장된 그 때를, 아멜리 노통은 <사랑의 파괴>에서 날것으로 보여준다.

 <사랑의 파괴>는 시간상으로 배열하자면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후속편이다. 외교관인 아버지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간 후, 예닐곱살 무렵의 이야기인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하지만 좁디좁은 외인 지구 안에서만 지내야하는 아이들의 자못 심각한 전쟁과 그 가운데 피어난(?) 사랑이 노통 특유의 문장으로 펼쳐진다.
여섯 살 어린 여자아이가 두 세살 위의 아름다운 여자아이에게 느끼는 사랑이라...풋, 하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리 만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어린 화자가 어디 보통 아이던가. 그녀의 냉철한 사고력은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포장지 안에 숨은 첨예한 권력 다툼과 파괴적인 속성을 천역덕스럽게 해석해낸다.

압도적인 카리스마, 뛰어난 명민함, 번득이는 지성, 그러면서도 예민하여 연약한 그녀....그녀의 책. <사랑의 파괴>는 어쩌면 가장 '노통 다운' 책이다. 그런데 <두려움과 떨림>으로 시작해서 네댓권, 숨차게 노통을 읽어온 나에게는, 그런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젠 그녀의 매혹적인 독기에 살짝 질렸다고나 할까.
다음으로 찜해 놓은 <오후 네 시>에서는,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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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2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글에 '9살짜리 소녀가 6살짜리 소녀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내용을 ~~' 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오타 갔죠? 제가 이해하기로는 6살 소녀인 화자가 9살의 엘레나를 사랑한 내용인데 말예요. 누가 한 분만 확인해 주심, 오타 신고하러 가야겠어요.^^

마태우스 2004-10-2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진우맘님다운 리뷰입니다. 님의 매혹적인 리뷰에 살짝 맛이 갔다고나 할까요. 글구 오타 얘기를 댓글서 하셨는데요, 진짜 오타는 "오타 갔죠?"가 아닐까 한다는...^^ 저 미워하지 않을거죠??? 우리는 라이벌이자 친구^^

진/우맘 2004-10-2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가 갔네....어딜 갔을까? 맛이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