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1982년 지은 소설 Different Seasons에 실린 네 편의 단편 소설 가운데 하나인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을 우리말로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의 대상이 된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신우 출판사에서 지난 1993년 세 권의 책으로 출판된 바 있으나 지금은 절판되었고, 영언 문화사에서 1995년 영화화된 부문만 '쇼생크 탈출'이란 제목으로 번역하여 펴냈으나 역시 절판되었으며, 2001년 스크린영어사에서 출판된 책이 또 있으나, 이는 영화를 영어공부교재로 다듬어 펴낸 것으로 책과는 무관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번역 대상이 된 텍스트는 Signet에서 펴낸 1998년 판 paperback입니다.  책 속에서 여백으로 단락이 구분지어진 부분을 단위로 하여 번역한 것을 일주일 단위로 옮기려 합니다.  이곳 알라딘 서재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이 소설 속에서 나온것입니다.


***

짐작컨대, 미국의 어느 주립 교도소나 연방 교도소에도 나 같은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남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구해다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수제(手製) 담배, 특별히 좋아한다면 마리화나 한 봉지, 당신의 아들이나 딸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는데 필요한 브랜디 한 병, 또는 다른 어떤 것들이라도 대개는…….  말하자면 거의 다 구해다 줄 수 있다.  항상 그런 식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쇼섕크에 내가 갓 스물이었을 때 왔는데, 이것은 우리의 단란한 식구들 중에서 자기들이 한 짓에 대해 기꺼이 깨끗이 인정할 수 있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나는 나보다 세살 더 많은 내 아내에게 거액의 보험을 들어 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아버지가 우리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준 시보레 쿠페의 브레이크 장치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계획은 내 짐작대로 정확하게 실행되었다.  그녀가 캐슬 힐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이웃에 사는 여자와 그녀의 갓난아기들을 태우기 위해 잠시 들르는 것이 계획에 없었다는 것만 빼곤 말이다.  브레이크는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 자동차는 마을 광장의 구석에 있는 덤불숲을 향해 속력을 높인 채 뛰어 들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차가 남북전쟁 기념동상의 받침대 부분을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였을 때는 시속 50 마일이나 그 이상은 분명히 되었을 것이라 한다.



범죄가 발각되어 붙잡히는 것 역시 내 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붙잡혀 버렸다.  그리고는 여기로 직행하는 통행증을 발급받았다.  메인 주(州)에는 사형제도가 없다.  하지만 검사는 내가 세 명을 죽이려고 준비했으며, 그 결과 하나의 형기가 끝나면 다른 하나의 형을 치르는 식으로 해서라도 세 개의 무기징역형을 받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받을지도 모르는 가석방을 받을 수 있는 실낱같은 기회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판사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추악하고 가증스런 범죄”라고 말했는데, 사실이 그랬다.  하지만 그것 역시 지금은 먼 옛날의 일이다.  당신은 캐슬록 방문센터의 누렇게 바래가는 파일들 속에서 그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히틀러나 무솔리니, 그리고 루즈벨트 대통령이 만든 알파벳 머리글자들로만 이름 붙여진 별의별 특수한 국가기관들에 대한 기사들 다음으로 웃기고 고색창연해 보일 것이다.



내가 갱생 교화되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교도소들과 교정시설들이 지금처럼 존재하는 한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답해드리겠다.  내 생각에는 그건 정치인들의 말이니까.  아마도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고…….  죄수들이 스스로들 그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생각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그 무언가이가도 하다.  당시의 나는 젊었고, 미남이었고, 그리고 가난뱅이 동네 출신 이었다.  나는 카바인 거리의 근사하고 지어진지 오래된 집들 가운데 하나에서 사는 예쁘지만 둔해 터졌으며, 고집스러운 여자애 한명을 임신시켰다.  그녀의 아버지는 만일 내가 자기가 운영하는 광학기기회사에서 일자리를 갖는다면, 그리고 “경력”을 쌓아나간다면 결혼을 승낙하겠노라 했다.  나는 그가 진짜로 생각하는 것이 길들여지지 않고, 그래서 언제 물어버릴지 모르는 마음에 안 드는 애완동물처럼 나를 자기 집에서 자기 통제아래 묶어두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쌓일 대로 쌓인 넉넉한 증오가 나로 하여금 그런 짓을 저지르게 한 셈이었다.  두 번째 기회가 만일 내게 주어진다면 다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내가 갱생 교화되었다는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쨌거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앤디 두프레인이라는 한 남자에 대해 당신에게 이야기하길 원하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앤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에 대해 몇 가지 다른 이야기를 설명해야겠기에 그걸 말해보도록 하겠다.  그다지 길지 않을 거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빌어먹을 거진 40년 동안 여기 쇼섕크에서 필요한 물건이라면 뭐든 구해다줄 수 있는 사내로 있어왔다.  하지만 그 말이 단지 최고급 담배나 술 같은 밀수품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것들은 언제나 목록의 맨 윗자리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는 해도 말이다.  나는 여기서 시간을 때우는 남자들을 위해 수천가지의 품목들을 마련해 왔는데, 그것들 중 몇몇은 분명 합법적이긴 해도 당신의 짐작으로는 처벌받기 위해 일부러 보내진 장소에서라면 얻기 힘들어야할 그런 것들이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열두 명쯤 되는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짓을 한 때문에 여기에 온 한 남자가 있었는데, 나는 그에게 세 개의 분홍색 버몬트 산(産) 대리석을 구해다 주었고, 그는 그것들을 가지고 세 개의 아름다운 조각들-아기, 열 두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년, 그리고 턱수염이 난 청년-을 만들어 냈다.  그는 그것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세 생애’라고 불렀는데, 그 조각들은 한 때 이 주(州)의 지사이기도 했던 한 남자의 응접실에 지금도 장식되어 있다.



아, 만일 당신이 북 매사추세츠에서 자랐다면 기억할지도 모르는 이름도 있다.  로버트 엘런 코트.  1951년에 그는 메카닉 폭스에 있는 퍼스트 메칸타일 은행을 털려고 했었는데, 그 강도짓은 현장이 피바다를 이루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끝에 가서 여섯이 죽었는데, 그들 중 둘은 강도단의 일원이었고, 셋은 인질들 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운수 사납게도 하필이면 고개를 들었다가 총알이 눈에 박혀버린 젊은 주 소속 경찰관이었다.  코트는 동전 수집을 하는 취미가 있었다.  당연히 교도소 측은 그가 그것들을 여기서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의 어머니와 세탁물 트럭 운전사가 중개인 노릇을 하는 식의 도움으로 나는 그를 위해 그것들을 구해다 줄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바비(로버트의 애칭), 도둑들로 우글거리는 돌덩이로 지어진 이 호텔 안에서 동전수집이라니 넌 미친 게 틀림없어.  그는 나를 바라보고 한번 씩 웃더니 말했다.  난 그것들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구.  그리고 그의 말은 정말 옳았다.  바비 코트는 뇌종양으로 1967년 죽었지만, 그에 의해 수집된 동전들은 결코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밸런타인데이에 사내들에게 초콜릿을 구해다주었고, 오말레이라는 이름의 미친 아일랜드 인을 위해서 세인트 페디스데이쯤 해서 맥도날드에서 파는 세 개의 녹색 밀크셰이크를 구해다주기도 했다.  심지어 나는 영화 ‘깊은 목구멍’과 ‘미스 존스 안의 악마’를 스무 명 분의 파티를 위해 준비하기도 했었다.  비록 그 자그마한 현실도피의 대가는 일주일간 독방신세를 지는 걸로 일이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치만 그 정도야 당신이 나처럼 무엇이든 구해다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겪을 만한 위험인 셈이다.



나는 참고서나 야한 책들, 손바닥에 붙이고 있다 악수하는 척 하면서 상대를 놀래키는 초인종이나 가렵게 하는 파우더 같은 새로운 장난감들을 구해다 주었다.  그리고 적어도 한 번 이상 장기 복역자들이 그의 아내나 여자친구의 팬티를 구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리고 짐작건대 당신은 아마 여기 있는 남자들이 그런 물건으로 시간이 칼날처럼 길어지는 긴긴 밤 동안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모든 아이템들을 거저 구해다주지는 않으며, 몇몇 물건들은 값이 더 올라간다.  하지만 내가 그런 일을 단지 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시라, 돈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를!  나는 결코 캐딜락을 살 수도 없을 것이고, 2월 달에 자메이카로 2주간 휴가를 떠날 수도 없다.  나는, 그저 좋은 푸줏간 주인이 신선한 고기를 팔 때와 같은 이유로 그 일을 하는 것뿐이다.  나는 좋은 평판을 얻었고, 그것을 계속 지키고 싶은 것이다.  내가 다루기를 거절하는 유일한 두 가지 물건은 총하고 중독성 강한 마약들이다.  나는 결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어떤 사람도 돕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평생을 내 마음속에 담아 둘 살인을 충분히 저질렀으며 그것을 지금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네이만 마커스 상점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1949년 앤디 두프레인이 나에게 와서는 자기를 위해서 감옥 안으로 영화배우 리타 헤이우드를 밀수해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을 때 나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다음주에 계속 이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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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라니...대단하죠! 컴 화면으로 읽기는 좀 벅찬 길이라, 내일 프린트 해서 음미하렵니다. 스티븐 킹 광팬들에게 멋진 정보일 것 같아서 널리 홍보차~^^

진/우맘 2004-10-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앤디님 서재에 가 보시면 4차분까지 있습니다요.^^

숨은아이 2004-10-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보고 갔다 왔어요. 덕분에 좋은 자료를 보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