윱 올 어바웃 이브 오드퍼퓸 - 여성용 40ml

평점 :
단종


그 때가 아마, 대학 3학년 겨울일겁니다. 그리 크지 않은 커피숍의 매니저급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방학 내내 아침이면 문을 열고 저녁까지 관리하던 생활을 하고 있었죠. 방학이라 손님이 별로 없던 시기,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꼭 들리던 단골 손님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대생이었을걸요,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의 그녀가 들어오면 항상 달콤하고 따뜻한 사과 냄새가 커피숍에 가득 차더군요.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어느 날인가 "무슨 향수예요?"하고 물었습니다. 손님은 꼭, 그 향기에 걸맞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윱, 이브예요.^^"했지요. 그 이름은 그 때의 공기, 냄새, 미소와 함께 갈무리되어 제 머리에 꼭꼭 박혔습니다.

졸업 후, 결혼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친한 친구 두 명이 무얼 선물하랴 물었죠. 이제 갓 취업해서 주머니도 가벼운 친구들을 털어서 '윱 이브'를 받았습니다.
향 자체에서 제법 따뜻한 감이 풍겨 겨울에 적합한 향수지만, 여름만 제외하면 봄 가을에도 괜찮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스물 셋 어린 새 신부, 엄마가 골라 준 잘 익은 사과색의 화려한 정장에 더없이 잘 어울렸죠. 향수도 궁합이라는 것이 있나봐요.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식장으로 떠나고, 신혼여행지를 누비면서 입은 그 옷과 향수는 둘이 아닌 듯 했습니다. 이건 저만의 느낌이 아니더군요. 이후에도 제게 이 향기가 풍기면, 친구들은 꼭 제 결혼식과 붉은 정장을 이야기하곤 했지요.

조금만 뿌려도 향기가 종일 갑니다. 동그랗고 귀여운 병 모양 느낌 그대로, 향기로운 사과와 달콤한 바닐라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향이지요.
귀엽고 따뜻한 미소를 지닌 분이라면, 아주 딱 어울릴만한 좋은 느낌의 향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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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9-20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과 추억이 멋지게 어우러지는군요. 그나저나 스물셋의 신부라니...ㅋㅋㅋ

진/우맘 2004-09-2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ㅋㅋㅋ? 모예요~~~ ㅋㅋㅋ라니~~~^^;
산그림자님> 음...아무래도 여자분이신가....내가 착각했나?^^;

sweetmagic 2004-09-2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스무살에 썼던 향수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