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걸작선 5
스티븐 킹 지음, 김현우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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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대단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운전자 없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트럭, 거대한 지하 공간에 도사리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쥐떼, 손끝에 눈을 갖고 나를 조정하는 외계 생물체...하지만, 각도를 조금 달리 하면? 내가 만약 호러 단편을 쓰려고 하는 작가여서, 주변의 모든 사물을 공포의 모티브로 삼으려 든다면? 그리 기발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대단한 상상력이 이유가 아니라면, 이 단편들에게 이리도 매혹되는 이유는 뭘까? 찾을 수 있는 답은, 바로 '엄청난 필력'이다. 소재의 진부함 따위는 스티븐 킹에게 족쇄가 되지 못한다. 그 어떤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한결 생생하게 되살아나므로!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항상 지쳐있는 나를 발견한다. 책에서 눈을 떼고 둘러보면, 세상은 알아채기 힘들만큼 미묘하게....명도와 채도가 조금씩 어두워져 있다. 그래서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건과 사물들을 한 번씩 다른 시각,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그것은 상당히 피곤하고 울적한 일이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책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함께 휩쓸려 뛰어다니는 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뿐더러,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체험의 정체가 무시무시한 공포일지라도.

마약같은 작가, 스티븐 킹...특히 이 단편집은, 버릴 글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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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4-09-1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0_0 이 책 살까 말까 무진장 고민하고 있었는데....;; 님 리뷰을 읽고 갈팡질팡하던 맘이 사라졌습니다...감사해요...(처음 뵙죠?...반가워요....^0^)

로드무비 2004-09-1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때 세일 크게 할 때 살걸.
후회가 밀려오네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니!

플레져 2004-09-1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이 책 있어요. 얼른 읽어야징. 무서운 얘기가 많다고 해서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는데... ^^

진/우맘 2004-09-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음, 독하게 마음 먹으면 그리 무섭진 않아요. 빠지기 직전에서 즐길만한 공포라고나 할까....
로드무비님> 저도 빌려 읽은 것이 통탄스럽네요. 하지만, 원체 제가 스티븐 킹을 좋아해서....조금 오바도 했습니다.^^
놀자님> 앗, 그래요? 결과가 좋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