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언젠가 계단에서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당신을 바에 초대하여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불쾌하지도 않은 우스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은 그가 호감을 주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를 매일, 하루에 세 번 계단에서 만나는데, 그때마다 당신에게 커피 한 잔과 우스개 이야기를 강요한다고 상상해 보시라.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그의 목을 조르고 싶을 것이다. 단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단어들이 혐오스럽게 되는 것은, 단지 그 단어들만 사용하고 다른 수많은 멋진 단어들을 사전 속에 썩히는 사람이 우리를 짜증나게 만들 때이다. 우리가 아주 짧은 시간에 무엇인가 할 것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라(<순식간에> 대신에). 곧바로, 한순간에, 눈 깜박할 사이에, 1분 이내에, 번개처럼, 금세, 별안간에,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몇십만 분의 1초 사이에, 순간적으로, 찰나에.....

 아니다. 추악한 단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귀에 거슬리는 protrudere(돌출하다)라는 단어도 적절하게 들릴 수 있으며, 적합한 맥락에서는 당연히 우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단어들을 상상력 없이 사용함으로써 혐오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미네르바 성냥갑 148p, '순식간에 추악한 말을 하는 방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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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8-2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미네르바 성냥갑을 두 번 우려먹었다고 따지지 마시길. 모두와 나누고 싶어서 메모해 둔 부분이 앞으로도 최소 세 개는 남았거든요. ㅋㅋㅋ

깍두기 2004-08-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용단어가 200개 밖에 되지 않는 저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군요.흑흑.....

진/우맘 2004-08-2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헐~ 깍두기님, 겸손도 그런 겸손이!!!!

두심이 2004-08-2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누고 싶은 메모입니다. 진우맘님.. 잘읽었어요.

2004-08-2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