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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의 옷을 1/3 가량 읽어나가면서 내내, 전작주의의 우울함에 대해 생각했다. 한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여러 모로 한 남자의 모든 것을 알아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게 될 확률은 한 사람을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몽땅 사랑하게 되는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조우.
여하간, 1/3까지 이 책을 읽어내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마치 나 자신이 6세기 이후에 던져진 것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당최, 이해할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대략 중반부 쯤, 작가 본인도 자신이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하진 못했을 거야...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자 책은, 슬슬 진짜 재미를 꺼내 보여주기 시작했다.
언제나, 노통의 소설을 읽고 나면 작품 자체보다는 작가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으며, 이 작가는 주인공만 빚어 놓고 그 입을 빌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풀어놓을 뿐이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시간의 옷> 말미에 있는 옮긴이의 말에 보니 실제로 그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단다.(빙고! 오랜만에 내 빈약한 통찰력이 한 건 했다. ^^)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리 속은 어떻게 생겨먹었을까? 아멜리 노통, 너무나도 심하게 존경스러워, 섣불리 좋아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