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녀석이 열심히 들고 다니기에 한 번 들여다 봤습니다. 저는, 책에 대한 편견은 갖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저 자신도, 책 못지않게 만화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이런 책은....안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무서운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여름이 되면서부터는 TV 켜기가 두려워져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납량 특집>들에다, 시간대도 고려 않고 대책 없이 튀어나오는 공포영화 예고편 때문에 다섯 살 딸아이가 제 무릎으로 뛰어들어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요, 겁이 많은 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예전에 넘겨봤던 책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그림이 잔인하지 않고, 내용도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지요. 아직도 빨간마스크의 존재를 굳게 믿고, 팥죽송을 들으면 죽는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밤에 혼자 잠자리에 누워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떠올리면....속이 상하네요.
작가가 공을 들여 만들고 출판사가 힘써 다듬은 모든 책들은 다 제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한 번 훑어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악서>라고 불려도 좋은 책은 없지요. 그러나...이런 책은 이미 너무 많습니다. 호기심에 기생해서 무섭게 팽창하더니, 이젠 그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유사한 책이 필요 이상 넘친다는 점,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요?
이젠 그만 만들어 주세요. 무서운 이야기는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하는 것이 제격 아니겠습니까?
아까 언급했듯이 이 책은 다른 출판사의 공포물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훑어 본 어떤 책은 사지와 목이 날라다니는, 말 그대로 유혈이 낭자 하더군요.) 그런데 출판사 이름을 보니 ILB...I Love Book이라는 좋은 뜻을 가졌더군요. 어쩌면 정말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모인 출판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하소연 한 번 해봤습니다.
너무 주제넘었지요?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거 저도 어느정도 압니다만....내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그런 기준으로 책을 만들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