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게 딱! 좋아! 10 딱이야 22
이구성 지음 / ILB(아이엘비)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 반 녀석이 열심히 들고 다니기에 한 번 들여다 봤습니다. 저는, 책에 대한 편견은 갖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저 자신도, 책 못지않게 만화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이런 책은....안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무서운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여름이 되면서부터는 TV 켜기가 두려워져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납량 특집>들에다, 시간대도 고려 않고 대책 없이 튀어나오는 공포영화 예고편 때문에 다섯 살 딸아이가 제 무릎으로 뛰어들어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요, 겁이 많은 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예전에 넘겨봤던 책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그림이 잔인하지 않고, 내용도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지요. 아직도 빨간마스크의 존재를 굳게 믿고, 팥죽송을 들으면 죽는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밤에 혼자 잠자리에 누워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떠올리면....속이 상하네요.

작가가 공을 들여 만들고 출판사가 힘써 다듬은 모든 책들은 다 제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한 번 훑어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악서>라고 불려도 좋은 책은 없지요. 그러나...이런 책은 이미 너무 많습니다. 호기심에 기생해서 무섭게 팽창하더니, 이젠 그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유사한 책이 필요 이상 넘친다는 점,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요?

이젠 그만 만들어 주세요. 무서운 이야기는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하는 것이 제격 아니겠습니까?

아까 언급했듯이 이 책은 다른 출판사의 공포물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훑어 본 어떤 책은 사지와 목이 날라다니는, 말 그대로 유혈이 낭자 하더군요.) 그런데 출판사 이름을 보니 ILB...I Love Book이라는 좋은 뜻을 가졌더군요. 어쩌면 정말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모인 출판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하소연 한 번 해봤습니다.

너무 주제넘었지요?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거 저도 어느정도 압니다만....내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그런 기준으로 책을 만들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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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써서 출판사에도 메일로 보내려고 했더니....검색창에 홈피가 안 뜬다.(안 떠서 다행이다...고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심쟁이 진/우맘.)

▶◀소굼 2004-06-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책..제목이 특이해서 봤는데...
좀 위험해 보이긴 하더군요;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못한;

마태우스 2004-06-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죄송합니다. 출판사를 알아보니 제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더군요. 알아서 조치하겠습니다.

가을산 2004-06-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 만화책, 잘 골라야 할 것 같아요.
딱 좋아 시리즈니, 공포물... 황당 시리즈... 이런 것은 글로 하면 서너쪽이면 될 것을 갖다가
내용 없이 그림만 키워서는 종이 낭비, 물감 낭비, 돈낭비! 열받아요.
초창기에는 인기가 좋았던 그리스 로마 신화도, 갈수록 지면 낭비가 심해지는 것 같아요.


아영엄마 2004-06-1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선생님이 독서한 책을 가져와야 독서 카드 검사를 해주시는데, 이런 책은 가져 오지말라고 했다더군요.. 참고로 저희 집에는 이런류의 만화는 없습니다.^^(마태우스님 부자 맞나봐.. 출판사 지분도 가지고 계시고.. ^^*)

호랑녀 2004-06-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속상하죠? 제가 아는 출판사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책 만들려고 참 애쓰던데, 세상 사람들이 다 제맘같진 않습니다 ㅠㅠ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거 못지않게 나쁩니다.
더 문제는...
이런 책을 학교에서 하는 도서바자회때 팔겠다고 업자가 들고오고, 교장은 편드는... 현실입니다. 이 책 빼느라고 작년에 그렇게 싸웠는데, 비슷한 다른 책들 무지하게 깔더만요...ㅠㅠ

sooninara 2004-06-1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진이가 이런책을 안보여주니..친구집에서 보고 와서 아주 외워 버렸습니다..
손목이라니..공포의 엘리베이터라니...그래서 책도 만들었잖아요..'무서운게 딱 좋아'와 '재미있는게 딱 좋아'라고^^
아이들 키우기 넘 힘들어요..

진/우맘 2004-06-1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에휴....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고, 잠깐 겪고 넘어가게 되면 좋지만, 이런 책에 너무 맛을 들여버리면.... 정말, 아이 키우기 힘들어요. 먹을 것도 읽을 것도 모두 독기가 가득하니.
호랑녀님> 저런 리뷰를 쓰게 된데는 호랑녀님의 의지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우리 같이 힘내요. 화이팅!
아영엄마님> 멋진 선생님, 멋진 엄마군요.^^
가을산님> 물감 낭비....공감합니다.
마태님> 아무리 바쁘셔도 잘 관리했어야지요! 이번만 봐주겠어요!!
소굼님> 헉...설마, 도서관에 저 책이 있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