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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평점 :
책을 열면, 소박하고도 공 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집의 그림이 펼쳐진다. 집안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주기 위함일까...원근법이 조금씩은 어긋나 있는 듯한 이 그림이,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를 않았다. 세련되질 못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림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런 느낌은 서서히 지워졌다. 촌스럽다고? 당연하지! 책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세련된 것이 아닌걸! 구수하고 소박한, 우리네 살림이야기인걸. 그림이 좀 더 예쁘고 야들야들했다면, 그것은 이야기 속에 녹아들질 못하고 겉돌았을 것이다.
자개장롱, 조각천 이불, 엄마의 월남치마...7~80년대의 어느 중산층 가정(70년대라면...좀 유복한 집이라 해야 할까?)을 대표하는 소품들이 정겹다. 그렇다. 만희네 집을 요즘의 가정이라고 우기는 건 좀 무리가 있다. 그리고, 살짝 위험하다. 엄마는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아빠는 회사에 다녀오고...그런 고정된 시각은 꼭 페미니즘 운운하지 않더라도 요즘 가정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것은 20여년 전의 우리네 집 풍경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책은 한결 빛난다. 우리 옛이야기의 가치 중 하나는 조상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그리 멀지 않은 엄마 아빠 세대의 어린 시절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은 흔하질 않고, 그래서 <만희네 집>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주는 방법도 조금 달라져야 하겠다. 단순히 글을 읽어만 주는 것에서 벗어나, 그림을 놓고 자분자분 설명을 해 주거나 엄마아빠 어릴 적 추억을 곁들일 때 재미는 두 배가 될 것이다. 그런 스타일을 소화해 내자면...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연령이 딱 좋지 않을까? 아이가 차분하고 엄마의 얘기에 잘 집중한다면 더 어려도 상관 없을테지만.^^ (결국...다섯 살의 혈기왕성한 딸아이는 별로 재미 없어 했다는 뜻이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