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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제나 <보통 이상의 문학적 소양을 지닌 인간>이 되려고 애써왔다. 그런데, 역시... 아직은 먼 길인가보다. 김영하, 이 멋지고도 유명한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 되지 않았는가! 평소 단편 소설은 무게감이 덜하다는 이유로 회피해 온 나에게, 엄청난 위력의 일격을 남긴 작품집이다. 머리 나쁜 나... 대부분의 단편소설집은 다 읽고 난 후 목차를 보면, 제목만 보고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김영하는 달랐다. 읽은 지 몇 주가 지난 지금도, 제목만으로 단편 하나하나가 머리 속에서 와글와글 떠들어댄다.
아빠는 아버지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안 갖춘, 그야말로 나쁜 아빠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간이다. ---p49
ㅋㅋㅋ. 그랬더냐? 이 책은, 빛나는 기지와 멋진 문장의 종합선물세트다!
"여자들을 위하는 문학을 하렴. 그럼 일생이 평탄할 거야. 여자는 아름답게 그려주고 남자들은 죽일놈들로 만들어. 그럼 아무도 널 미워하지 않을 거다."-p30 / 그러니까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아빠와 그 아빠를 작신작신 두들겨 패는 택배회사 직원인 아들, 그 아들의 미성년자 동거녀, 건설현장의 함바집 아줌마, 마지막으로 그 아줌마의 전남편이 탐내는 교복의 주인인 중학교 1학년짜리 소녀가 야유회를 간다는 거다. -p 61 / "남자들이 왜 기를 쓰고 성공하려는지 알아?" "몰라요?"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서야." -p108 / "미안해, 난 입만 열면 개구리가 나와."-p 117 / 야 임마, 냉소적인 인간이 함부로 진지해지면 큰일나. 갑자기 인생이 정색을 하고 달려들거든.-p120
그의 작품 속 구석구석에는 꼭 외워뒀다가 써먹어야지...싶은 문장들이 번뜩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문장들이 그냥 제 몸만 빛내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숨어 작품 전체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단순한 말장난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간만에 단숨에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이제 그의 전작도 훑어봐야 겠다. 김영하라는 작가를 되짚어 가는 여정이 매 순간 놀랍고 즐겁기를 바란다.
여담 하나. 책에 실린 그의 사진은, 글을 읽으며 저절로 떠올려 보게 되는 작가의 모습 그대로이다. 거참 복도 많다. 얼굴도 쿨하고, 글도 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