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윌러 지음 / 시공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먼저 봤다......시시했다. 그저 그런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었다......책은 좀 났군, 싶었다. 쬐금 울고 쬐금 감동했다. 결혼을 했다. 영화를 다시 봤다......펑펑 울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너무 늙었다는 것만 빼고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책도 다시 봤다......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비고 들어왔다. 그들의 아프고도 완전한 사랑에 무한 공감을 느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몇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는 예전과는 또 다른 감성 영역이 생긴다는 것.어렸을 때는 '아줌마'가 되면 머리 속에 살림과 돈, 자녀같은 생각 주머니가 커지면서 예술이나 문화를 느끼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드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아줌마가 되어보니, 머리 속은 그렇게 유한한 공간이 아니다. 결혼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도 따로 존재할 수 있다. 물론 미혼이면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감동받은 사람도 많고, 기혼이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결혼이라는 경계선을 넘고 나서 이 한 작품에 대한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플라토닉, 아가페, 에로스...그런 구분 말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에도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프란체스카가 가정과 남편을 아끼는 것도, 로버트에게 품은 감정도 모두 '사랑'이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아니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그렇게 종류가 다른 사랑들이 한 사람의 마음 안에 공존할 수도 있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서 불행하지 않았다. 아니, 이루지 못했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 그들이 며칠간 나눈 사랑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이루어진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가슴에 품음으로써 프란체스카는 한결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될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활 속에서 엷어져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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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2-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막 20대에 들어서면서 이책을 읽었드랬죠.지금은 서른이 넘었지만 사랑이야기하면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나곤 한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며칠간의 두근거리는 열정에 여름밤을 잠못이루기도 했읍죠...어쩜 청춘남녀의 사랑이 아니라도 이리 멋질수가 있는지... 글구 영화가 나왔을때 환호했답니다. 두주인공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였기때문에 말이죠.두사람의 연기에 저도 숨이 가빠오는 듯 했답니다. 메릴스트립이었던가 그여배우가 원피스를 입고 부엌문에서서 목을 스다듬으며 열에 들뜨던 그모습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책을 영화한 것중에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저에게는 말이죠.
얼마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2가 책으로 나왔드랬죠.전작만 못했었죠..
진/우맘님 리뷰들을 보고 앞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볼 책들을 골라볼 작정입니다. 전 귀가 얇아서 누군가 막 칭찬을 해놓으면 마구마구 읽고픈 생각이 들거든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