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세트 - 전3권
진중권 원작, 이우일.현태준.김태권 글.그림 / 휴머니스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현태준은 키치와 똥 냄새를 섞어 우리 정서에 쉽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우일은 빗으로 빗듯 가지런하게 정돈했고, 김태권은 독창적 재해석으로 전혀 새로운 창작물을 주조해냈다. 미학 저술이 이렇게 여러 빛깔의 만화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미술 평론가 성완경님의 추천글 중 -

사실 꽤 많은 추천사는 '빈말'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빈말에 그치지 않고 사기에 가까운 추천사도 있는데, 성완경님의 추천사는 더할 나위가 없는 진실이다. <삼인삼색>이라는 제목이 이렇게 짜릿하게 다가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태준님의 1권은 원전의 <핵심정리 참고서>이다. 작년에 딸래미에게는 <만화 미니 전과>라는 것이 있었다. 1학년 교육과정을 손바닥 크기의 만화로 재정리한 것. 현태준의 1권은 딱, 그 미니 전과를 떠올리게 했다.
소화하기 힘든 건더기를 무르게 무르게 푹 고아 아기에게 이유식 떠먹이듯 수월하게 일러준다. 물론 본인이 구술한대로 많은 생략이 불가피 했지만, 진중권의 오디세이를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오리엔테이션 용으로, 이미 읽고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핵심정리 길잡이 참고서로 유용하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놓기 힘든 매력! ㅋㅋㅋ 그의 오디세이는, 재미있다.^^ 딱딱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 '재미와 흥미'를 잃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우일님의 2권은 <번역서>다. 글로 이루어진 진중권의 책을 만화로 완벽하게 '번역'해냈다. 사실, 이 2권에 이르러서는 만화 오딧세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원전의 70~80% 이상은 본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분명, 그림과 문장이 할애되는 지면의 양이 다를진데....어찌 한 권의 글을 한 권의 만화, 그림으로 번역하면서도 이렇게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지....그 성실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한계...^^; 최근에 원전의 2권을 읽은 나로서는, 같은 책을 짧은 기간 안에 재독하는 듯 하여 1/3 남짓 읽다가 덮어둘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현태준의 1권과 이우일의 2권은 상당히 상반된 노선을 택한 것.

그럼, 김태권의 3권은 어느 노선이냐.....이것이 또 신기한게, 그 어느 노선도 아니다.^^; 이 3권은 주제와 내용만 같지 전혀 다른, <새로운 책>이다. 자신이 새로운 얼개의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에 원전을 적재적소 배치한 김태권의 시도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약간의 어색함과 무리가 따라서, 내용까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어려우면 어떠랴. 우선, 그냥 대강의 이야기만 즐겼다가 그 고갱이는 나중에 갉으면 그만일 것이다.^^

내게 있어 미학 오디세이의 미덕-혹은 진중권님의 미덕이라 할수도 있겠다-은, 이해하기엔 버거운 내용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문자의 한계는 거기까지. 어찌어찌 힘겹게 책읽기는 마쳤으되, 이해를 위해 재독은 불가하다는 점.^^;; 처음 책을 덮고는 '조만간 꼭 다시 읽고 완전히 소화하고 말리라~!' 다짐하지만, 서가에서 약속을 잊지 않고 나를 노려보는 오디세이들의 눈길에 흠칫흠칫 놀라면서도 자꾸 모른척 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그래도 '만화'라는 편안한 양식이 두 번, 세 번의 재독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사실, 삼인삼색을 읽어나가는 자체가 이미 어떤 의미에선 재독이 아닌가?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와의 만남이 반갑기 그지없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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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3-1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보니 저도 빨리 읽어보고프네요.

진/우맘 2007-03-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감동이여요 홍수맘님!
오랜만에 큰맘먹고 리뷰를 썼는데,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듯 하여 내심 실망하고 있던 차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