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절판


"지능 장애는 하나의 병이기 때문에 되도록 그에 적합한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효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때문에 특수 학교가 있는 겁니다. 우리 학교 같은 보통 학교에서 정상아와 함께 학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그 아이만 고통스러울 뿐이죠. 미나코의 경우도 앞으로 한 달 남짓 지나면 다시 전학을 갈 겁니다. 모처럼 친해졌다 싶었는데 또 새로운 곳에서 고생해야 하는 아이가 불쌍한 거죠."
"잠깐."
큰 소리가 났다. 아다치 선생님이었다.
"아, 야유를 못하게 하니 괴롭구먼."
다들 폭소를 터뜨렸다.
"무라노 선생님이 틀린 말을 하고 있으니 바로잡겠소."
아다치 선생님은 고압적으로 말했다. 이런 말투와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다들 거북스러워하는 것이리라.
"아까 치료라는 말을 썼는데, 위가 나빠서 치료한다는 의미의 치료였다면 무라노 선생님은 뭔가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무식한 겁니다. 대뇌의 세포, 즉 신경 세포가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중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로, 지능 장애아의 교육이 다른 교육과 다른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무라노 선생님은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반문했지만, 그런 사고 방식이 오늘날 정신 장애아 교육의 가장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
독일 빌레펠트에 세워진 의료복지 시설에서 정신 장애자들과 평생을 지내 온 어느 수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효과가 있으면 하고 효과가 없으면 안 한다는 생각을 합리주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을 인간의 생활 방식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인생입니다. 그 인생을 이 아이들 나름대로 기쁜 마음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도 여기에 있습니다.'라고요.
무라노 선생님, 우리 교사들은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고다니 선생님은 아마 이 얘기를 모를 겁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 바로 고다니 선생님 아닐까요?"
무라노 선생님은 할 말이 없었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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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12-1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인생입니다....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은, 교실에서 보내는 매 시간이 인생인거다. 교육 이전에, 인생.

마노아 2006-12-1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 이전에 인생... 새겨둡니다.

짱꿀라 2006-12-1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또 한번 읽어도 명작이지요. 밑줄긋기에 나온 문장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