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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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배지였던 제주도, 책 제목을 보고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유배 생활이 떠올랐다.

탐라국이라 불리며 내륙과 다른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

부모님에게는 신혼여행, 효도여행지이고

나의 세대에는 수학여행지였고

지금은 한 달 살기, 올레길, 가까운 여행지가 된 제주도.

6년 전 장마 때 제주도를 간 것을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한 제주도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

만난 책이 '불량주부 명랑 제주 유배기 '였다.

스스로를 불량주부라 부르고 오십이 나이에 훌쩍 제주도의 여행을 떠난 저자



 

감정지수는 우량하나 생활 지수는 불량하고, 대면 지수는 명랑하나 내면 지수는 황량하며

인성 지수는 선량하나 비관 지수는 치사량인 사람

불량주부 명량 제주 유배기.

사는 건 쪼이고 마음을 펴고 싶어서 떠나기로 한 여행기

한 달 저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며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겨우 얻어낸 쉼표이다

그 한 달의 쉼을 위해 여행 공모전 상금 백만 원을 여행경비로 아껴두었던 전형적인 엄마

그렇게 저자는 세탁기 하나 돌리 줄 모르는 남편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제주로 훌쩍 떠난다.

떠남에는 예약도 없고, 어떠한 목적도 없는 유배기

한 달 동안 그저 걷고, 보고, 쓰는 여행이라니! 순간 부러움 마음만 가득해진다.

내가 오십이 되어도 아직 아이가 어리니, 아이가 혼자서 인생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육십이 되어야 할 텐데

가끔은 어른들이 애는 일찍 낳아야 한다는 충고를 깔끔하게 무시한

과거가 조금은 후회될 때가 있다.

일찍 결혼하고 이제는 아이를 많이 키워낸 친구들도 부러워지고,



 

딸아이가 영국에서 입었던 초록 치마를 용기 입게 입으며 찍은 사진이 명랑한 저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여행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고 김밥 한 줄로 식사를 하면서도 꼭 마시는 막걸리 한 병

그 인간적인 여행의 이야기가 참 사람 맛이 나서 반갑웠다.

최고급 호텔에 비싼 음식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닌 온전히 삶을 쉼표를 주기 위한 여행.

6년 전 혼자 겨울 한라산 등반을 위해 도미토리 숙소에 머물려 씩씩하게 오르던 성판악이 길이 생각났다.

나의 제주, 혼자 훌쩍 떠나 다녀왔던 제주가 그리워졌다.

배낭 하나 가볍게 메고, 시내버스를 타며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던 여행은

혼자여서 좋았고 혼자여서 외로웠었다.

 

저자의 재미있게 편하게 읽히는 것은 독특하고 재치 있는 문장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책이란 유산을 물러준 아버지 덕분에 저자는

읽고 쓰는 생활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했을 듯

저자의 문장을 보면 바로 글에 대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글은 글쓴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보면 저자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떠한 태도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저자의 떠남은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출발점이었다.

항상 함께 할 것 같았던 이의 부재, 그 부재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떠난 곳에서

채우는 것보다 비어내는 것을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잘 녹아낸 여행에서 이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절대 죽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감정은 몰래 숨어있을지 모른다.

저자의 유배는, 여행은 숨어있는 감정을 마주치는 길이었고

담담한 토로와 고백을 통한 치료 과정이었다.

유배, 무엇으로부터 유배였을까?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삶으로부터 유배, 오십이란 나이로부터 유배, 나 자신과의 유배.

제목을 유배기로 지은 이유를 마지막에서야 조금을 알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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