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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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그린란드를 살아가는 철학자 이야기

덴마크 베스트셀러, 안데르센의 후예 요른 릴의 소설이라는 설명에 먼저 읽어 보고 싶었던 책

최근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마도 살면서 가지 않을 것이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소설이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신나게 개 썰매를 타고 돌아다닌다.

아, 그리고 밸프레드는 여전히 검은 팬티를 갈아 입지 않고 있다.


#북극에 모여둔 사냥꾼의 이야기

문명과 단절된 공간 북극. 전화기도 없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만나야 하는 친구는 개 썰매를 타고 며칠을 가야 한다.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은 긴 밤이 시작되고, 또 백야를 견뎌야 하는 혹독한 환경

눈보라와 추위는 일상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편리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과 공간들을 맞닥뜨린다.

긴 밤이 싫어 결국 팬티만 입고 뛰기 위해 뛰쳐나간 안톤,

긴 겨울을 이기는 방법으로 잠을 자는 것을 선택한 밸프레드

알렉산드레라는 수탉을 친구로 삼고 키운 헤르베르트

등 뒤에 용 문신을 새긴 비요크켄

사냥꾼의 몸에 멋진 문신을 새기고 가죽을 잔뜩 얻어낸 미스터 요엔손

전쟁놀이를 하다 허리에 개 줄을 묶고 틈에 빠진 한센 중위

그리고

죽은 친구의 시체를 의자에 앉히고 밤새 장례식을 즐기는 모두들!

각 일화들은 유쾌하고 다소 엉뚱하며 자유로운 그들을 삶을 온전하게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닭과 돼지를 친구로 삼아 외로운 겨울을 이겨내는 일화

상상 속 여자와 바람이 나서 자신의 새 총을 결국 넘겨주고 마는 바보 같은 행동

친구의 고독을 달래주기 위해 며칠 밤을 감금당해 듣는 괴로움을 견디는 사냥꾼까지

모든 일화가 재미있어서 읽은 내내 키득키득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북유럽 유머가 재미없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유머 코드를 내가 가지고 있다니! 분하지만, 내 유머가 이쪽 동네에 어울린가 보다.

 

았던 종기가 이제야 터진 것 같거든. 몇 년간 갈비뼈 밑에 넣고 살던 걸

싹 쓸어내려면 무엇보다 많은 귀가 필요할 거야

북극허풍담, 순방, P62

쌓아놓았던 말들을 모두 쏟아내는 로이비크는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의 귀를 찾았으나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헤르베르트의 허탈한 모습이 자꾸 그려진다.

그의 귀에 피난 거 아닌가 모르겠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써온 역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백을 메우는 일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을 거야.

수다를 떠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도 알게 될 테고, 배울 게 하나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

그때는 북극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거야.”

북극허풍담, 역삭 속으로 들어가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진짜 역사라는 것,

과거의 조상들이 살았던 그대로 자연에 순응하여

가장 자연과 닮음 모습으로 걸어가는 것이 역사라는 것.

 

식사 당번이 돌아오자 죽은 친구, 친구의 죽음에 화가 난 로이비크

로이비크는 그럼에도 얄의 입에 파이프(담배)를 묶어 주고 썰매에 매달아

친구들에게 마지막 만남을 기회를 준다.

사람들에게 얄의 죽음을 전하며 장례식을 함께 준비하자고!

각자는 장례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내 놓고

죽은 얄과 함께 장례식을 한다.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지만,

원래 상상의 범위란 내가 겪은 경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법이다.

그린란드, 북극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장례식과 이별의 방법이 있겠지.



죽음과 고독에 대한 글

북극 허풍담 1은 결국 북극에서 샤낭을 하며 살아가는 사냥꾼들의

지독한 고독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가 들지 않는 겨울, 사냥도 쉽지 않은 긴 시간을 견디기 위해

거짓 애인과 사랑에 빠지고, 바람을 가르며 뜀박질에 매달리며

닭과 돼지를 사람처럼 키우는 사냥꾼들이 어떻게 고독을 이겨내는지

그려내고 있다.

시종일관 가볍고, 통통 튀는 단어들도.

어디 하나 슬픔에 빠지지 않게 단단하게 유머라는 밧줄로

글을 엮어내고 있다.

죽음조차도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

긴 겨울 혹독한 추위 죽음이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자살률 1위의 나라, 그린란드

예전 다큐멘터리에서 그린란드의 자살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씁쓸하지만, 해가지지 않는 백야 알코올중독 가난이 이유라고 했다.

책 속에 종종 드러나는 자살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볍게 느껴 지 않는 것은

진짜로 그 들의 삶 속에 죽음이 너무 가깝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소개 중에 1편을 읽고 나면

나머지 3권 모두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문장이 있다.

맞다. 정확히 예측했다.

1편을 보고 나처럼 낄낄 웃었던 사람들이라면

다음 편도 곧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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