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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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보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마지막 인사를 나눈지 벌써 십 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산은 이미 여러 번 바뀌었고,

저는 사는 곳도 직업도 말이죠.

이젠 잊힌 이름들을 가만히 혀 위에 올려놓고

굴려 보았습니다. 몇몇의 이름은 그 끝이 흐려져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이름은 얄궂게도 점점 선명해져

혀끝이 알싸해집니다. 그리움이었습니다.

한때 모든 것이라 믿었던 것들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사를 합니다.

쉽게 믿은 것들은 쉽게 등 뒤를 내줍니다.

그럼에도 저는 바보같이

믿을 수 있는 것들이 좋아 찾고 있습니다.

제 삶은, 그것들을 찾고 헤매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일련의 과정이었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부치지 않아도 마음에 닿는 그런 편지었습니다.

배가 항구에 닻을 내렸듯이

당신의 단어가 마음에 닻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그리운 것들이 자꾸 생각나

밤 잠을 설치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책을 읽는 동안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리고 이제는 생각나지도 않는 친절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산문시 같기도 하고 절절한 연애편지 같기도 하고

자꾸만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며칠 동안 읽을 책들이 꽤 어려워서 일까?

단정하고 잘 정돈된 문장들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물론 그 문장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저자가 밤새워 고민했을

단어들도 귀하게 느껴졌다.

어떤 책들은 정보를 주기 위해,

어떤 책들을 기록을 남기기 위해

어떤 책들은 이질적인 사회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이 책은

너무나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쉼을 주기 위해 쓰였다.

가벼운 책이었지만 어느 문장 하나 가볍게 쓰이지 않았다.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디에나 치우치지 않고

단정하게 살고 있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종종 그리운 것들을 생각나면 잠이 들기 전에 그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혹시나 꿈속에서 만날 수 있을까 봐

그러다 꿈에서 만나게 되면 한없이 기뻤다고

금세 슬픔에 곤두박질치고 만다.

기쁨은 늘 슬픔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핸드폰이 없던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사랑과 그리움은 모두 편지에 담아 보내야 했다.

편지 한 장을 쓰기 위해 며칠 밤을 고민해야 한 적도 있다.

그렇게 담아낸 감정들은 다음 날이면 부끄러워져

보내지 못한 적도 더러 있었다.

그때의 풋풋했던 사랑은 기다림이었다.

몇 초, 카카오톡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이모티콘으로 그 고백에 답하는 요즘

정말로 가끔은 밤새워 편지를 쓰던 그때가

참 좋았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

#첫사랑 연애편지 같은 책

저자의 이번 책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첫사랑 같은 책이었다.

부치지 못하는 단어들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잠시 한 시간 정도 쉼이 필요할 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

덕분에 잘 쉬고, 그리워했고, 이렇게 답장을 남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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