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 여성, 엄마, 예술가 사이에서 균형 찾기 - What Forces Women Artists to Give Up: Balancing Being a Woman, Mother, and Artist
고동연.고윤정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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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있어 사회는 관용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모든 사회의 정점에는 아직 남자들의 의자만 놓여있다.

무엇인가 결정하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울타리를 만드는 것도

그 들의 결정에 따른다.

남자 여자 편 갈라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사회는

여성들이 살기에 다소 불편한 제도와 관습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출산과 육아의 몫은 여전히 엄마라는 암묵적인 약속

어느 순간 유리천장에 갇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안다.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 장관, CEO 등

능력으로 각 분야의 정점에서 삶을 개척한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분야에서 소외받고 차별받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예술가로서 엄마와 아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가는 11명의 여성 예술가를 만나는 책을 읽었다.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엄마라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경험한 일들이 작가들의 경험과 비슷해서 어느 분야든

아직도 워킹맘에게 넉넉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한 명 작가들의 한국 여성 미술에 대한 역사 기록

열한 명의 작가들은 ‘한국 여성 미술’의 상징과 같은

70-80대 작가들부터 대학에서 여성학을 배우고 여성 미술의 태동을 목격했으며

민중 미술에도 가담했던 50대 작가들,

마지막으로 현재 한참 육아와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40대 작가들까지 다양하다.

저마다 예술을 하게 된 계기, 지향하는 바,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많다.

솔직한 경험담과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펼쳐 나간

예술 세계는 독자들로 하여금 바로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만들기 충분하다

. 또한 어머니, 선배, 친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듯한 힘을 준다.

(발췌, 출판사 책 소개)

'언니들은 아직도 달린다'로 시작하는 1장과

'여성의 연대가 시작되다'로 구성된 2장

마지막 3장은 동등하다는 환상 : 말과 행동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1장은 한국 여성 미술의 선구자이자 회화, 사진, 설치, 장소 특정적 작업에 이르는

예술적 장르를 개척한 윤석남, 박영숙, 홍이현숙을 대상이다.

2장에서는 50대 후반의 정정엽과 50대에 막 들어선 ‘공간:일리’,

그리고 ‘사공토크’의 대표 작가, 부부 작가 듀오 진달래의 일원인 작가 진달래, 설치 작가 김시하를 인터뷰했다.

이들40대 후반을 지나서도 작업을 지속하는 여성 작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에게 한국 미술계의 변화가 작가에게 어떻게 투영되었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3장에서는 1970년대 후반 출생으로 현재 한참 육아와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직성, 김도희, 조영주, 국동완 작가를 인터뷰했다. 여성 작가가 성공하기 위해서 결혼이나

육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성공한’ 동료 여성 싱글 작가의 예를 보면서 뼈저리게 경험한 세대다.

따라서 우리 시대 여성 미술의 의미, 여성성을 다루는 방식, 육아의 의미를 새롭게,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 정의해 가고 있다.

(발췌, 출판사 책 소개)

 

나도 내가 네 살 때 그림을 시작했고, 사회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못된 엄마'이고 '못된 여자'라고 할 수 있죠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여성의 사회 활동, 직장 생활이 왜 죄책감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한편으로 남편들도 남성들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는 순간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함을

불편한 죄책감으로 느끼는지도 궁금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출산과 육아는 새로운 생명을

잇는 고귀하고 숭고한 행위이다.

그 생명을 잇는 출산이

여성에는 사회적 단절을 의미한다는 것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

살림에 대한 합의에 여성은 어디 있었을까?

82년생 김지영이 책으로 영화로 크게 화제가 되자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성을 피해자처럼, 남성을 가해자처럼 만들었다며

주변의 남성들이 많이 억울하다고 주장을 했었었다.

왜 그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난 그 책을 읽고, 여성의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적 강요 속에

여성의 과연 어디쯤 있는 것이었는지 궁금해였는데

사회가 만들어 낸 규율,

사회를 이어나가야 하는 관습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우리들은 어디에서 서성이고 있는 건인지.

물론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만삭까지 일을 하고 아이가 약 5개월이 되자마자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이 아빠가 일 년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나 대신 열심히 육아를 해줬었다.

나 같은 경우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비록 든든한 내조를 받았음에도

부족함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일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사회와 단절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라는 존재가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었다.

#결혼과 출산을 숨기는 여성 작가들

책을 읽다가 놀랬던 사실은 아직도 여성 작가들 자신의 결혼과 출산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술가의 경우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 구매해 줘야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구입하는 사람의 경우 작가와 작품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결혼 후 출산으로 활동을 그만두거나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 대상자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리고, 찍어내어도

작가가 아닌 여성으로 판단 받아야 하는 그 내들의 속 사정이 참 안타까웠다.

#여성, 엄마, 예술가의 정체성의 균형점

이 책은 여성으로 예술가로 살기 힘든 한국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난을 쏟아내는 험담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잘못된 관습에 맞서고,

여성으로 강요를 당하는 사회에 항거하는 순수한 행위에 대한 기록이다.

#예술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역사를 시와 소설을 통해 그림과 사진을 통해 배운다.

역사적 나열로 가득한 신문기사보다

그 시대를 표현했던 예술가들의 사유를 통해

시대의 고민들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여성이 아니라 그냥 작가이다.

왜 남성 작가라고 지칭하지 않으면서

여성작가라고 구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가끔 삐쭉 튀어나오는 말과 생각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직 엄마라는 것 아내라는 것 그 역할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사회에 있다는

일종의 저항인 것 같다.

#변하고 있다.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여성과 엄마 직업인으로 균형점을 잘 찾아 살아가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 주변에도 모든 역할을 잘 수행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노하우가 공유되고

그런 이들이 관습을 깨어나간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더 많은 것들을 껴안아 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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