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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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다리를 건너간다. 아무도 없는 다리를 혼자서 건너가려 한다.

우리에겐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고, 등 뒤에 십자가는 자꾸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걸어가야 한다. 길은 끝나지 않았고 시간은 남았으니까.

굳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사는데 이유가 있다는 것은 퍽이나 서글픈 일일지 모른다.

그 한 가지 이유가 없어진다며 우리도 물속으로 섬 안으로 사라질 것이다.

#재난 영화를 보는 이유

매년 여름이면 행사처럼 극장에는 재난 영화가 개봉한다.

천만영화는 대부분 재난 영화였던 것처럼 (괴물, 부산행, 해운대) 많은 사람들이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궁금해졌다. 왜 재난 영화를 보는 것일까?

안 그래도 고난 한 삶 들일 텐데,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숙제만으로도 피곤할 텐데

돈을 주고 재난을 보는 이유, 맞다!

재난 영화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어떤 재난 영화도 마침내 승리도 끝나는 해피엔딩이라는 것!

인간을 먹는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도, 좀비들이 기차를 점령해도, 쓰나미가 해운대에 덮쳐도

우리의 주인공은 이기고 견디고 마침내 살아남는다.

거기서 우리는 희망을 찾는다.

우리의 삶도 예상할 수 없는 변수와 훅훅 치고 들어오는 주먹질에 쉽게 무너지고 넘어지지만

내일이면 다시 일어나서 또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매일이 재난이고 영화이다.

그 재난 영화에서 주인공이 어떤 시련에도 버티고 마침내 살아남듯이,

우리도 넘어지고 쓰려져도 아등바등 살아남고 있다. 해피엔딩을 꿈꾸며

 

8편을 만났다.

각기 다른 재난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 미래에 있으며 과거에도 있고, 지금도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달랐지만 닮아있었다.

문지혁 소설가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총 8편의 단편소설로 이어진 소설집으로 SF 소설을 포함

상실의 고통과 그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다이버

첫 번째 다이버에서 딸과 부인의 비행기 추락사를 겪고 매일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아버지를 만났다.

모두가 포기하여 마지막 남은 그 이야기가 마치 팽목항에 남아있던 어느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분명 미래 통합 세기 219년 일이었지만 2014년에 멈춰 있는 그 시간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을 잃고 마침내 그 들을 만나러 가는 아버지는 행복했을까?

#서재

 

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가야 하는 시대, 모든 지식인은 사라지고 가공되고 제한된 정보만을

받아들어야 하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섬뜩했다.

우리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사유, 창작, 고뇌, 생각조차 차단하는 정부

책을 불순분자로 정하고 관련한 사람들을 잡아가는 정부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생각났고, 영화 1987이 떠올랐다.

한편으로 점점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폭수

 

자식을 잃은 호수에 매일 같이 동전을 던지는 천재 수학 교수의 이야기, 동전을 던지는 행위가

찾지 못한 자식에 대한 미련이었을까? 어느 날 거짓말처럼 아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

유명 분수에서 소원을 빌기 위해 동전을 던지는 우리처럼 동전도 그의 기도가 아니었을까라고 추측도 해보았다.

#애틀랜틱 엔딩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박 씨, 자신의 동료와 아내를 총으로 쏘고 죽기 위해 카지노로 향한 그의 이야기는

어느 영화 못지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손에 쥐고 만난 킴.

킴의 사업 실패를 자양분 삼아 성공한 그는 결국 실패라는 도돌이표 위에서 다시 그의 부인을 만나게 된다.

죽고 싶은 두 남녀는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 쪽 문이 열린다. 그래, 희망이었다. 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투영된 행동

쌀국수를 먹으러 가는 두 남녀의 마지막이 꽤 유쾌하여 이런 코미디가 없다 싶었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Cracks Everywhere'

이 소설을 대표하는 한 문장을 찾으라면 난 망설이지 않고 이 문장을 선택할 것이다.

갈라짐, 금, 균열, 재난은 인생에 생기는 균열 같은 것이다.

평탄하게 이어져야 하는 길에 예기치 못하는 작은 균열로 우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게 된다.

그럴 때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걸까? 왜 삶은 나만 고통스러운 걸까?'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상실

배신과 범죄

혹은 잿빛으로 가득 찬 미래

작가는 심플하게 말한다.

'왜 당신이 아니어야 하는가?'

불행이 누군가를 선택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불행한 사고에 이유를 찾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냥 운빨이 없었던 거다.

어디에나 있는 그 틈에, 금에 걸려 넘어진 흔한 일이뿐이라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옴니버스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다소 어둡고 슬프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틈을 메꾸는 주인공들을 응원해 주고 싶어졌다.

우리가 매일 건너고 있는 그 시간의 다리가 얼마나 견고 한지 알고 있다.

그 다리를 견고하기 만들기 위해 한 당신의 노력도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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