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 네덜란드의 탄력근무제에 깃든 삶의 철학
린자오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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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의 첫 페이지는

'성실하고 묵묵하게 맡은 바 일을 하며 어느 자리에서든지 인정받고 살았습니다'라고 적는다.

나의 능력은 성실함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배우고 살았다.

튀지 않아야 하고, 회사 상사에게는 절대 말대답하지 말고,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점심도 같이 먹어야 하고... 등등등 회사는 변화하는 세대와는 동떨어진 이질적 잣대로 움직이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일을 하다 처음으로 간 벤처는 신기했다.

대표의 결정에 갑작스럽게 회사 내 방침이 바뀌는 것도,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도

보고체계가 없다는 것도. 언제나 상사보다 일찍 가는 게 죄인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일을 하다

출퇴근 인사도 하지 않는 직장 동료들과 팀원들을 볼 때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꼰대 마인드가 스멀스멀 기어올라고 하면,

눈을 감고 생각했다.

"여긴 내 회사가 아니다. 나도 그냥 직원일 뿐이다."

회사 내 나 같은 꼰대 몇 명이 모이면 요즘 애들은 말이야 하고 말하곤 한다.

자유로운 사고와 꼰대 기준으로 버릇없어 보이는 행동들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꼰대들에게 퇴근 시간 전부터 가방을 정리하는 팀원들은

꼴불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업무의 양은 상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정하는 것이었고,

월급에 적당한 업무 만의 범위 안에 들어갔다.

회사에서의 인정은 불필요하다. 언제나 그만 둘 수 있다!라는 마인드

처음에는 요즘 아이들은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인드가 부러워졌다.

회사가 내 세계의 전부인 거 마냥, 회사에 목을 걸고 소처럼 개처럼 일하고

회사의 평가만으로 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만들어온 꼰대의 세계를 깨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무너지고 만 것 같다.

번아웃, 삼진 아웃, 아웃, 아웃, 아웃

아웃을 당하고 나서야 이 말이 진리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대만인의 네덜란드 근무에 대한 이야기

저자 린자오이는 대만인으로 네덜란드 유학 후 취업, 결혼, 육아를 하게 된 케이스이다. 저자는 대만의 지인들이 야근과 고된 노동에 괴로워하는 글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가정이 없는 삶 속에 살고 있는 대만 사람들에게 최저 노동시간으로도 더욱 잘 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네덜란드 환경을 이야기를 들려주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책을 출간하여 진정한 워라벨에 대한 가치를 알리는데 노력을 했다.

 

 

#대만VS네덜란드

책을 읽으면서 대만의 근무환경 직장 생활 사람들의 태도가 우리나라와 참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슷한 노동시간 (현재 52시간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지키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이다), 야근이 빈번한 회사들. 수직적 구조와 불평등과 부조리에 익숙한 환경, 대만과 우리나라가 가까워서 일까? 아시아의 꽤 많은 나라들이 이런 생활에 익숙한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겪은 근무 환경에 대한 이야기, 직장 상사와의 관계, 동료들의 태도, 네덜란드의 삶의 방식들을 이야기해 주며

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높은 강도의 일과 쉼이 없는 일상이 아닌,

가정과 휴식이 중심이 되는 삶, 일은 일로서만 존재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가끔 쉬는 일상, 대만뿐만 아니라 비슷한 아시아 국가들 들여다보면 하루 중 일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다.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동료와 있는 시간이 가족들 보다 많고 그 들과 나누는 대화가 가족 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마치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라는 존재가 회사에 종속되기 위해 정해져있는 것처럼

아무러 의심 없이 이름 있는 회사 취업이 목표가 되어버린 삶 속에서 그러지 못한 인생들을 비참하게 보는 사회적 인식은

어디부터가 잘 못된 것일까?

다행히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들 덕분에 경계가 조금은 허물어지고

가치가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꿈꾼다. 대기업 취업을 말이다.

#탄력근무제, 휴가, 맥주

저자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사는 방법과 일에 대한 태도를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유쾌하게 일하고 쿨하게 할 말 다 하는 문화가 부럽기도 하고 과연 내가 그 나라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꿈에 바라는 근무환경이라도 막상 닥치게 되면 우물 주물 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일은 탄력 근무자를 통해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휴가를 통해 바라볼 수 있으며

그들의 즐거움은 맥주 판매량을 통해 알 수 있다.

휴가에 진심인 나라

저자가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휴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탄력근무제 수평적 관계, 자연스러운 토론 문화, 건강하게 뒷받침되는 복지 등 누구나 꿈꾸는 꿈의 나라 네덜란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연봉에 휴가비가 자동적으로 적립이 되어 5월에 월급으로 받을 수 있다는 긴박한 시스템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놀라웠다.

8%가 휴기비로 책정되고 한 달 월급 가까이를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나라가 휴가에 진심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몇 주 동남아부터 아프리카까지 자기가 원하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일을 하는 나라

갑자기 휴가철이 비슷해서 해운대에 빽빽하게 모여있는 튜브 떼가 떠올랐다.

짧은 몇 박의 휴가를 다 같이 보내기 위해 도로에 가득한 차들, 비싼 숙박비, 백사장에 촘촘하게 박혀있는 파라솔까지

휴가조차도 일처럼 보내야 하는 우리의 삶이 안타까워졌다.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올해 해운대는 7월 말 8월 초가 되면 몸살을 앓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휴가를 갈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오랜 휴가가 책상을 빠지게 하는 일이 아니며

회사에서 5월에 휴가비를 준다면 삶이 조금은 덜 팍팍하지 않을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일을 더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내가 다녔던 회사는 근무 시간을 조금씩 줄였다. 8시간이었던 시간을 7시 30분 그 이후에는 7시간으로

물론 자기의 일이 있으면 더 해야 한다. 나도 마감이 꽤 많은 편이어서 한 달에 네 번 정도는 야근을 했고 7시간 넘게 일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회사가 공식적으로 7시간 근무를 정한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내 일만 정확하게 끝낸다면 눈치 보지 않고 이른 시간에 퇴근할 수 있어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낼 수 있다.

탄력 근무제로 어린아이가 있는 사람은 7시부터 4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종종 8시부터 4시 퇴근을 사용했는데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었다.

회사가 근무 시간을 줄였지만 회사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취업 팁

책을 읽고 네덜란드 이민,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친절하게 팁이 쓰여있었다.

자세한 설명을 통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많은 벤처들이,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근무 환경을 만들고 근무 조건을 고민하는 것 또한 좋은 징조라고 본다.

특히 강남에 모여 있는 스타트업들은 외국의 좋은 근무 환경들을 선제적으로 시도하여 인재를 모시는데 노력한다.

소처럼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한 삶은 균형을 잘 맞춘 삶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휴식, 가정과 회사 그 시소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분배를 잘하는 것.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필요하고 그러기에 일을 해야 한다. 파이어족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노동을 하며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이다.

그 일을 균형 있게 하는 방법을 이미 잘 실천하고 있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배워보는 건 어떨까?

먼저 나서기 어렵고 총대 메고 싶지 않다면,

여전히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사회에서 험담이나 즐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조금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가 되는 우리가 일하기 편한 회사, 건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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