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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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2003년 발표된 12편의 단편 소설이 약 20년을 세월 뒤에 새 옷을 입고 산뜻하게 나왔다.

세월의 탓이 무색하게, 12편 이야기가 마치 최근에 일어난 일들처럼 낯설지 않다.

사랑이라고 불리는 행위들은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하고 닮아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 그 달콤하고 설레이며 생 자체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사랑, 그 씁쓸하며 막막하고 생 자체를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것.

사랑에 대한 12가지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작가의 말처럼,

색깔만 다른 알사탕처럼 맛을 보면 다를 것 같아 집어보지만 결국 재료는 같아

똑같다는 그 상자안의 알사탕들.

살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있고, 사랑하지 않은 날들이 어디 있을까?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 신이,

- 너희가 할 일은 서로 사랑하는 것 뿐이다. 라고 말 했는지도 모르겠다.

신이 자신의 아들을 보내어 인간의 대신에 십자기에 못 박히게 한 이유도

인간을 사랑해서 였다.

우리의 사건 사고 안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고, 인류가 계속되어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눈군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책 속 12명의 사랑은 다르다.

동성, 동거, 불륜, 짝사랑, 그리움, 옛사랑, 첫사랑, 지나간 사랑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가령, 지금 큰 지진이 일어나서, 나하고 너만 남고 다 죽는거야. 나하고 너만 남아. 그랬으면 좋겠어.

열대아, p49

#사랑의 탐욕

울 준비가 되어 있다에서 가장 많이 보인 감정은 사랑에 빠진 이가 갖고 있는 두려움과 탐욕이었다.

알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기에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혹시나 나 말고 타인이 끼어들까봐 두려워하는 그래서 세상에는 온전히 나와 그(그녀)만 있었으면 하는 것.

지금 행복이 커질 수록 행복 후에 찾아 올 상실에 대한 고통을 알기에, 그 상실에 대한 상상은

나를 종종 삼키기도 한다.

#떠난 사랑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떠난 다카시를 그리워하는 아야노,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누구나 그렇듯 마음 속에 그런 사랑 하나 쯤은

품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과거 사랑에 갇혀 여전히 울고 있는 그녀가 마치 친구 같고, 선배 같고 혹은 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는 그렇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소설을 읽는지 묻는다면

최근에 지인이 왜 소설을 읽는지 물어보았다. 그 분도 책을 굉장히 탐욕적으로 읽는 사람인데

대부분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도서 혹은 자기계발서, 재태크 부동산 책이었다.

가끔 좋은 책이라며 추천도 해주시곤 했다.

- 소설책은 시간 아깝지 않아? 읽고 나서 남는 것도 없고

그 때의 나는 소설책이 왜 남는게 없느냐 하면서 문학이 갖는 장점과 소설책을 읽으면서 확장되는 세계

작가를 통해 치유 될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처럼 이야기 했었다.

그 분은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지금 다시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 꼭 남아야해요? 라고 반문을 할 것 같다.

왜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얻으려고 노력해야 할까? 그냥 읽는 건데.

사랑을 하면서 무엇인가 얻으려고 노력한다며 괴롭기만 할텐데,

그냥 읽는 행위에만 집중해도 꽤 괜찮은 경험이라는 걸 알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할 것이다.

사랑도 그 자체만으로만 만족한다면

나의 마음과 그의 마음이 똑같은 양이기 바라지 않고, 영원을 기도하지 않으며

끝이 있음을 인정한다며 괴롭지 않은 사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랑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사랑은 진행 중인가보다.

그래 살면서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하는 것은 사랑 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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