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가족 -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가노 쓰치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줄평 :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는 어른들이 함께 돌보면 키우는 것. 독박 육아가 맘 카페의 단골 단어이고,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이 불가하는 요즘 공동육아라는 형태가 매우 이색적이게 다가온다. 아이아 24시간 붙어이었어야 했던 그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진흙탕에서 구해주길 바랐는데, 그녀는 행동으로 옮겨 침몰하우슬을 만들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형태와 육아 방법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책. 한 편으로 요즘의 육아가 너무 폐쇄적으로 숨어버린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과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란 부제에

비혼모 센터가 떠올랐다.

비혼모 싱글맘 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사회에 등장하고

이들을 토대로 TV프로그램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부정적 시선을 감출 수 없는 건 내가, 사회가 갖고 있는

두터운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엉뚱하게도 작가 '가노 쓰지'의 대학 졸업 과제로 시작했다.

간혹 천재 영화감독들이 졸업작품으로 만든 영화가

대박을 친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다.

'침몰 가족'은 영화를 찍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작가가 사회 문제 혹은 현상에 대한 대학 작품으로

자기가 실제 경험한 '공동육아', '침몰 가족'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영화로 가시화된 것이다.

 

대다수 졸업생들이 16분 내외의 영상을 낸 것에 비해 작가는

약 한 시간가량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본 관계자들이 영화로 만들 것을 제작, 대학 졸업 작품이

전국에 상영되기까지 하였다.

 

그렇다고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라는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20여 년 전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에 관심을 갖고,

현재 독박 육아 혹은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터부시하는 문화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계기가 된다.

 

일단, 침몰 가족이라니

제목부터 무엇인가 음산해진다.

침몰 하우스, 침몰 가족은

그 시대에 유명한 정치인이 쓴 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금 일본은 가족의 유대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혼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남자는 일하러 가고,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사라진다면 일본은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

침몰 가족, p27

 

맞다. 전통적이지 않은 가족.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되어 온 완전하다고

사회가 믿고 있는 그런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싱글맘, 싱글대디, 비혼 혹은 또 다른 가족 형태를 구성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그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 침몰 하우스다.

 

스스로를 '침몰'이라는 범주 안에 넣은 사람들의 유쾌한 행동이

책을 읽은 내내 느껴진다.

이 가족의 중심이자 범상치 않으며 '공동육아'를 시작하게 된

엄마, 호코 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호코 씨 같은 여성을 보면 친해지고 싶어진다.

기존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자신가 맞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사람!

이미 만들어진 편한 길을 걷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기에

곡괭이 하나 들고 돌무더기를 파내는 개척자들의 용기가 늘 멋지게 보인다.

 

호코 씨는 계획하지 않은 '쓰치' 와 잘 살아보기 위해 '공동육아'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길이 쉽지 않다.

그녀가 만든 전단지

 

 

나는 쓰치를 만나고 싶어서 낳았습니다.

집에 틀어박혀 종일 가족만 생각하느라 타인과 아무런 교류도 없이 살다가

아이는 물론 나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공동육아라는 말아세 공동은 대체 무엇이고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아이와 어른, 여자와 남자 그리고 어머니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등 아이와 지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P14~15

 

첫 문장을 읽어보니, 호코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출생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사람

 

뭐 세상이 호락호락 꽃놀이패처럼 쉽고 아름다우면 좋겠지만

안타깝게 전단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렇지만 엄마, 호코 씨의 매력에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이

공동육아를 자체 하게 된다.

 

공동육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육아와 조금 다른다.

24시간 애지 둥지 살펴보며 금이야 옥이야 다루는 요즘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 그중에 아이가 있는 것이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속

쓰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는 육아의 형태로 자란다.

 

내 어린 시절 사진이 떠올랐다.

두 돌 이쯤, 지금 딱 딸아이만 한 나이 때 찍힌 사진

아빠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 뒤에서

아기인 나는 담뱃값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었다.

몇몇의 어른 들은 담배를 피우고 있고 담뱃값을 들고 울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지금이야 큰일 날 만큼 위험한? 상황이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당연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만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공동육아까지는 아니지만 동네에서 또래와 같은 큰 것 같다

기억이 나는 시절부터, 또래의 언니 오빠 동생들과 어울리며

누군가의 집에서 놀고, 누눈가의 집에서 밥을 먹고

함께 동네를 탐색했으면 간혹 어른들과 어울리며

귀여움을 얻기 위해 노력했었다.

 

지금처럼 어린이집, 키즈카페, 놀이동산이 없는 시절

골목골목이 놀이동산이었고, 서로의 집이 어린이집이 되어주었으며

서로의 밥상이 아이를 키워주었다.

 

책에서 본 공동육아 방법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반가웠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동육아 방법이 부럽기도 했다.

이년 전 아이를 낳고 누구나처럼 나 또한 힘들었다.

하필이면 코로나19로 팬터믹이 막 시작할 때라 집 안에 낯선 사람을 들이는 것조차

두려운 시기였다.

 

산후조리원에서 막상 집으로 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떻게 기저귀를 갈아야 하며, 분유는 어떻게 주고, 모유는 어떻게 먹이며

애는 또 어떻게 재워야 하는지.

그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 과연 나는 언제 화장실에 갈 수 있을까였다.

 

친정엄마는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고, 시어미니 또한 코로라19의 이유로

아무도 육아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남편도 바로 출근을 해서 아이와 둘이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며

우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쌩초보도 이런 초보가 없었다.

친구들은 이미 학부모가 된 애들이 많기에 (늦게 결혼해서 늦게 아이를 낳았다)

어디 물어볼 곳도 없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 유트브와 블로그를 통해 육아법을 배웠다.

지금에서야 쉬운 일이 되었지만

젖병을 삶는 법도 몰랐을 정도로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려웠다.

그때 나도 도움을 청할 곳을 스스로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남편이 출근 후 울고 있지 말고,

시터 아줌마 쓰자고 안 그러면 내가 죽겠다고 당당히 말할 걸 그랬다.

아직도 산후우울증처럼 찾아온 우울감이 종종 말을 걸 때가 있다.

 

아이가 사람이 점점 되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육아가 정말 힘들었던 만큼 둘째 아이에 대한 생각도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재미, 감동, 배움, 성장, 무료함

갖은 이유 중 나는 책을 읽으면 과거에 치유하지 못했던

것들과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해서 인 것 같다.

,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다음에 같은 상황이라면 좀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먹게 된다.

 

 

침몰 가족은 쓰치의 일대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유년 이야기 그리고 영화로 나오게 된 계기와 과정들.

그가 15년 만에 그를 키워준? 공동육아 돌보미를 만나는 모습들은

감동 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침몰 가족이란 영화를 보고 싶어 자료를 찾았지만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침몰 가족'의 공동육아 형태의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고 하기엔

논외의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호코 씨의 당당함과 육아관 그녀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만든

피난선 같은 가족 형태

전통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 않고, 유쾌하며 꽤 괜찮은 가족의 방법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가족에 대한 선과 기준이 엄격하다

흔히 미디어에서 '결손가정'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싱글맘, 비혼모, 조부모가정은 사회적 약자라고 도장을 찍어버린다.

 

사회적 약자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는가?

나이가 먹으면서 알게 된 진짜 진실은

'100% 완벽한 가정은 없다'이다.

밖에서는 자애로운 부모님 행복한 가정, 남부럽지 않은 부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도 뜯어보면 문제가 많은 경우가 많다.

어떤 가족이라도 매일매일 행복의 웃음꽃을 피우며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렇지 않은 가족의 형태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참 꼴불견스럽고, 나 또한 그럼 사람이 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세상이 다양해진 만큼, 우리의 마음도 다양함을 포용할 만큼

좀 더 넓어지면 어떨까?

 

침몰 가족을 통해 공동육아,

가족 그럼에도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제 생각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